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대사습) 조직위원장에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낙점된 걸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의 온도차가 크다.

대사습 개혁 핵심인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들, 폭 넓은 경력과 인맥으로 그늘이 돼 줄 거라는 이들로 엇갈리고 있다.

12일 전주시는 올해 대사습을 이끌 조직위원장으로 김명곤 씨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공동위원장 체제며 임기는 한시적이다. 전주 출신인 김 신임 조직위원장은 서울대 사범대에서 독어교육을 전공했으며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마쳤다.

제8대 문화관광부장관(2006년 3월~2007년 3월)과 국립극장 극장장을 거쳐 현재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및 동양대 예술대학장을 맡고 있다.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 실기능력도 갖고 있다. 전주와의 인연도 깊은데 2009년과 2010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을 지냈다.

전주시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개혁해야 하는 만큼 혁신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았다. 지역 출신이지만 도내 국악 실기인들과 친분이 거의 없고, 예술계의 두터운 신망과 다양한 행정경험을 겸한 김 전 장관이 적격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내 문화예술인 일부는 의아해하고 있다. 대회 쇄신이라는 막중한 책임 아래 보존회에서 조직위로 추진주체가 바뀌었고 그 중심에 조직위원장이 있다. 경연 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실무자’가 필요하지만 ‘어른’이 왔다는 이유에서다.

한 문화예술 기획자는 “훌륭한 분이고 높은 분이지만 지금 조직위에 필요한 분인지는 의문이다. 공정하게 심사하는 토대를 마련해 대사습의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시점임을 고려한다면, 혁신적인 생각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맞지 않을까”라며 “오랜 문제들을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한 예술인은 “시기가 시기라지만 여러 입장과 견해를 가진 조직위원 속 중심을 잡는 리더의 역할은 여전하고 그래서 그가 온 것”이라며 “지역 국악인들과 가까운 건 아니니 객관적으로 임할 수 있고 중앙에서 묵직한 역할을 여럿 해와 버팀목이 돼 줄 거 같다”고 설명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대회를 잘 치르는 게 급선무인 만큼 조직위원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조직위원을 뽑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의견을 모으고 최선을 택하는 위원장에게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조직위원이 필요하다는 것.

각계각층 민간 전문가 8명, 대사습 보존회 추천 4명, 당연직 3명으로 구성되는 조직위원회중 당연직을 제외한 12명에게 전문성, 객관성, 통찰력, 현장성, 지역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신임 조직위원장은 국악 경연의 폐해를 충분히 알고 있고 바꾸지 않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잘 해나갈 분이니 믿고 지켜봐 달라”면서 “조직위원의 경우 위원장과 긴밀히 협의해 이 달 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2017년 대사습은 전주세계소리 전(9월 20일)인 9월 8일과 9일 혹은 9월 15일~18일 전주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상 훈격은 잃었으며 금년 개최 전까지 되찾지 못할 시 국무총리상으로 대신한다.

시상금은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오른다. 판소리 완창무대를 신설하고 발전방향 대토론회는 5,6월 경 가진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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