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연극인들의 손길과 숨결이 오롯한 창작초연작, 올해 전북연극제에서 만날 수 있다.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정두영)가 주관하는 ‘제33회 전북연극제’가 19일부터 23까지(20일 제외)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기존작이 대부분이던 전과 달리 모든 작품이 창작초연이고 외부 작가나 연출자가 아닌 전북 중견 연극인들이 대본, 연출, 출연 모든 걸 소화하는 등 전환기를 맞은 모습이다.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 해서 극단 레퍼토리와 중앙 히트작 위주로 올리는 걸 지속하고, 허리인 중견 연극인이 커나가지 못한다면 지역 연극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이번 희곡작업을 격려하고 선례로 남기기 위해 희곡과 공연사진을 실은 ‘제33회 전북연극제 창작희곡집’도 펴낸다. 참여극단 극단 명태, 극단 자루, 극단 둥지, 극단 까치동 4곳은 역사적 사실부터 인물사, 현 사회상, 가족상까지 다채롭게 그린다.

19일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극단 명태의 ‘정순(작 홍자연‧연출 최경성)’이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단종비가 되지만 2년 후 이별해 65년 간 홀로 살아가는 등 권력찬탈전의 희생양이었던 정순의 삶을 담는다. 질곡의 세월을 살아내는 걸로 복수하고 사랑한 방식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21일 극단 자루의 ‘아빠의 고백(작‧연출 오지윤)’은 마음과 다르게 표현이 서툰 두 부녀 병수와 선영의 친해지기 프로젝트다. 가족을 위해 많은 걸 포기했지만 그들에게 사랑과 격려마저 받지 못해 외로운 아빠, 무뚝뚝하고 표현이 낯선 딸은 오늘날 우리 가족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22일 극단 둥지의 ‘조선간장-기억을 담그다(작‧연출 문광수)’는 시골집 어머니가 냄새라도 새어 나올까 꽁꽁 동여매 싸 주시던 간장병에서 출발한다. 생일을 앞두고 있는 할배와 조선간장을 담는 할매는 씨간장이 거액에 거래될 수 있음을 알고 이를 팔자는 자식들과 대립한다. ‘칼만 안 들었지 도둑’이라는 요즘 자식들의 모습이 고스란하다.

마지막 23일은 극단 까치동의 ‘나는 나비(작 최 정‧연출 정경선)’로 장식한다. 무용가 최승희의 화려하지만 지난했던 인생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애쓰는지 묻고 있다. 극단 단원들이 우연히 발견한 편지로 즉흥극을 펼치는 구조로 승희가 일본인 무용가 연습생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춤사위를 갖게 되기까지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정두영 회장은 “전북연극제 역사 이래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전북 연극인들이 직접 희곡을 쓰고 극단 모두가 창작 초연작을 선보이기는 처음”이라며 “열악한 환경 속 준비한 창작역량을 더 깊은 감동으로 승화시켜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지사상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1개 단체는 6월 2일부터 20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라북도 대표로 출전한다. 심사는 류경호(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송 전(한남대 공연예술학 교수), 오진욱(전북연극협회 전문위원)이 맡는다.

관람료는 일반 2만 원, 학생 1만 5천 원이다. 문의 063-277-7440./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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