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과거의 결과라 했던가. 어느 하나만 덜어내도 현재의 나는 아니기에 경험은 좋고 나쁨을 떠나 소중하다.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한 달 간 아트원 갤러리(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성당길 8, 루이엘모자박물관)에서 세 번째 개인전 ‘비선형적 시간 : Nonlinear Time’을 여는 문경아 작가도 이를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존재의 가야할 일을 고민해 온 그는 두 번의 개인전에서 시간 속 관계와 긍정적인 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이번에 공간을 더한다. 지난날을 추억할 때 언제인지 몰라도 장소가 떠올라 선명해지는 것과 같은 논리로 선형적인 시간부터 비선형적인 공간까지 폭 넓게 활용, 주제인 존재를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그곳은 동화 속에서 나온 듯 사랑스러운 소녀와 모호하고 어두운 배경으로 구현한다. 화면은 만만치 않은 현실과 뼈아픈 상처를 가리키는 듯 추상적이고 황량하며 중심에 자리한 소녀는 무게를 견디는 데 이골이 난 듯 덤덤하다.

하지만 빛과 어둠은 공존하기 마련하고 살아가려면 밝음을 좇아야 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안다. 홀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도 받아들인다. 까만 밤하늘을 밝히는 별빛과 오로라, 새벽 숲 오솔길 속 반짝이는 도토리, 주인공과 함께하는 동물, 찻잔이 그렇다.

동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로운 아크릴 화폭은 오늘의 우리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 속 기쁨은 간직하고 상처는 보듬어야 하며 주변과 호흡해야 한다고. 건강한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프랑스 툴루즈 보자르를 수석 졸업 후 국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첫 개인전 ‘Be With me’, 2016년 두 번째 개인전 ‘Stay’를 가졌으며 화랑미술제, 부산화랑미술제, KIAF 등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전주에서는 첫 전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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