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전라북도 수십 년 해묵은 숙제 해결되나?

왕궁 축산분뇨 악취-수질 잡혔다.

1948년 한센인 촌으로 조성된 익산 왕궁 축산단지는 수십 년 동안 전북의 이미지를 흐리는 고질적인 악취 근원지로 꼽혀왔다.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는 대표적인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골칫거리였다. 정부와 전북도의 십여 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아주 오랫동안 숙원사업으로 자리해온 곳이다. 그런데 마침내 최근 문제 해결의 청신호가 켜지면서 악취와 수질오염이 대폭 개선국면을 맞고 있다. 수십 년 해묵은 숙제가 이제 해결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왕궁 축산분뇨 악취와 수질 개선을 알아봤다.  /편집자    

왕궁 축산단지 어떤 곳인가
왕궁 축산단지는 1948년 정부 차원에서 조성한 대표적인 한센인 촌으로 면적이 170만㎡에 이른다. 이는 국내 90여개 한센인 정착촌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이곳에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는 한센인들은 돼지와 닭, 한우 등 수십만 마리의 가축을 키우며 생계를 잇고 있다. 수십 년 동안을 낡고 밀집된 축사와 주택이 인접해 있는 지극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쌓이고, 땅으로 스며든 축분 등으로 악취가 진동하는 곳으로 속칭 악명(?)을 떨쳐왔다, 지리적으로도 호남고속도로 전북 진입 시 바로 옆을 지나가는 여건 때문에 전북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지역의 첫 이미지를 흐리고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해왔다. 오죽했으면 외지인들 사이에서는 전북의 첫 인상은 “아주 고약한 냄새”라는 말이 다 나왔을까. 고속버스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도 “가축 분뇨 냄새가 나면 전북에 다 온 것이다”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해야 했다.
더구나 전북의 젖줄이라는 새만금사업 수질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돼 최고의 수질오염 진원지로 꼽혀오기도 했다. 한 때 이곳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1000t가량이 매달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으로 흘러 수질과 악취의 주범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전북이 한센인을 끌어 앉은 것처럼 이제 정부가 나서달라
전북도는 그동안 왕궁 축산단지 악취, 수질오염원 오명을 걷어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민선6기 송하진 지사 취임 이후 이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행정이나 정치권에서 이를 계엄수준으로 인식해 접근해야 한다고까지 했을 정도이다. 전북도의 집요한 노력으로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의 현장방문도 잇따랐다.
현장을 직접 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송하진지사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2015년 9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전북지역 국회의원 등이 대거 이곳을 방문해 직접 설명을 듣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곳을 직접 둘러본 정치인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야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 등은 현장을 보고 열악한 주거환경과 축산 악취를 직접 꼼꼼히 확인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으로 예산을 확보해 ‘완전정비’에 나서고자 했던 전북도의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전북도 입장에서는 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을 설명하고, 예산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절실함이 담겨있었다.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의원들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낡은 축사에는 오랫동안 처리되지 못한 분뇨와 사료가 한곳에 엉켜 썩어가고 있었고, 그 사이에 돼지들이 갇혀 있었다. 인근 저수지에는 수십 년간 쌓인 가축분뇨가 진흙처럼 변해 굴삭기로 퍼내고 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에 정치권이 나서고 정부는 예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입해 하루라도 빨리 축산단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이를 왕궁종합대책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지리적으로도 특히 백제역사유적(직선거리 3㎞), 국가식품클러스터(5㎞)에 인접해 있어 관광객들이나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불편과 고통을 안겨주는 등 지역 이미지와도 직결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송하진 지사는 현장에서 “마음씨 착한 전북인들이 갈 곳 없는 한센인들을 끌어안고 정착하도록 해준 곳이 바로 왕궁특수지역”이라며 “이는 익산이나 전북의 문제가 아닌 정부차원의 문제로 이제는 정부가 반드시 빚을 갚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취?수질 대폭 개선, 수십 년 숙원 잡혔다.
그런데 최근 전라북도의 최대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던 익산 왕궁지역 축산분뇨 악취문제가 대폭 개선돼 수십 년 숙원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관문 악취 해소는 물론 새만금 수질개선 효과도 확연하다.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 익산농원사무실 주변 측정지점을 기준으로 왕궁지역 복합악취를 측정한 결과 2012년 대비 87%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천(왕궁지역 합류) 지점의 수질 역시 2010년 대비 96%가 개선돼 큰 폭으로 수질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산 왕궁지역의 복합악취를 측정하기 시작한 2012년엔 견디기 힘든 극심한 악취(30 이상) 수준인 31의 측정값을 기록했지만 올해 1·4분기엔 무슨 냄새인지 모르는 단계(10) 이하의 측정값 4로 뚝 떨어져, 4년만에 87%의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측정단위가 없는 ‘악취’는 농도 희석에 따라 무슨 냄새인지 모르는 단계(10), 무슨 냄새인지 확실히 구분하는 단계(15), 견디기 힘든 극심한 악취(30이상)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왕궁 악취는 지난 2015년에 10 이하로 하락한 후 작년부터 올 3월말까지 내리 분기마다 4~6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악취 감소 효과가 처음 데이터로 밝혀진 것이다. 전북도가 지역 오랜 숙원이기도 한 왕궁지역 가축분뇨 저감을 위해 현업 및 휴폐업 축사 매입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것이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와 정부가 악취 문제 해결 뿐 만 아니라 새만금유역 2단계 수질개선 대책 일환으로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왕궁지역 축산분뇨 해결 노력(환경개선사업)이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북도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왕궁지역의 악취와 수질오염의 주범이자 오랜 숙원 민원인 지역 내 가축분뇨 저감을 위해서 집단 축산단지 내 현업 및 휴폐업축사 매입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 익산천(주교제) 생태하천복원사업도 올 4월 중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업 및 휴폐업축사 매입사업은 1,113억원을 투입하여 650천m2을 매입 ,철거 후 바이오순환림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1만7천m2을(계획량의 80%) 매입·완료했고, 폐업축사의 경우 이달 중으로(4월) 전량 매입할 계획이다.
특히 130억원을 투입한 익산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주교제 등지에 오랜기간 동안 퇴적되어 있던 가축분뇨 찌꺼기 4만8천3백톤을 준설하고, 습지를 조성하는 등 6년여(’11~’17)에 걸친 사업을 마무리 하고 드디어 올 4월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다. 주교제의 경우 왕궁 축산단지내에서도 수십 년 동안 악취와 수질오염의 가장 큰 진원지이자 대명사처럼 불리던 곳으로, 이번 개선을 통해 앞으로 익산천 수질의 큰 변화가 기대된다.

전북도정 성과 선호도 조사에서도 “높은 평가”
이와 같은 사실은 전북도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도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전북도정 10대 성과에 대한 선호도'조사에서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총 3454명의 응답자들은 전북도가 지난해 거둔 10가지 성과 가운데 옥정호 자치단체 갈등해결과 함께 왕궁 축산단지의 악취를 저감한 성과(24.3%)를 가장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도민들 역시 실제로 이 같은 성과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송하진 도지사는 “민선6기 도지사 취임 이후 전라북도 최대 해결 사안으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며 “추진 중인 사업들이 잘 마무리되면 악취로 인한 지역 이미지 추락을 완전 개선하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왕궁지역 축산단지가 환경문제 없는 생태마을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운기자 ·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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