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는 일본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도시다. 전국 평균의 2-3배 수준이다. 이 도시는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이는 순전히 이곳에 공장을 여럿 가진 도요타 자동차 회사 덕이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뽕밭이 넓은 섬유 도시였지만 1938년 도요타 자동차 공장이 처음 생기면서 풍요로운 도시로 변했다. 이 시의 원래 이름은 고로모였지만 1959년에 아예 도요타시로 이름을 바꿔버렸다.
  이렇게 도시가 부자가 되려면 산업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 등이 입주해 있거나 어떤 산업에 특화돼 높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재정자립도는 도시의 경제력을 잘 말해주는 지표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 재정 중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이나 보조금을 제외한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도요타 시처럼 세수기반이 든든하면 재정자립도는 쑥쑥 올라간다. 반면 이렇다 할 세수 기반이 없으면 재정자립도는 최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나라 대다수 지자체들은 도요타 시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전통적인 농업지역은 물론이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고 해도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바닥권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 전체 평균 재정자립도도 겨우 50% 내외다. 지방자치제가 처음 실시된 1995년 62.5%에 달했던 것이 오히려 후퇴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수도권에 비해 세수 기반이 약해 자체 수입이 적은 게 큰 요인이다. 또 국세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로 압도적으로 국세 비중이 높다. 중앙정부는 비만이고 지자체는 영양실조인 셈이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90%가 재정자립도 50% 미만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지방분권형 국가 건설을 위한 재정 분권 강화’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70% 이상인 곳은 서울시 단 하나이고 50-70%인 곳도 겨우 22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모두 절반에 못 미쳤다. 이 탓에 투자적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그 결과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지방재정 역할이 계속 축소되는 상황이다.
  흔히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2할 자치’라고 부른다. 적어도 재정적으로는 무늬만 자치다. 자립이 어렵고 중앙정부 지원에 목을 매야하는 처지를 말하는 것이다. 해답은 나와 있다. 지방세 비중을 높이고 지방재정 총량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중앙정부는 그럴 뜻이 별로 없어 보인다. 모두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하다.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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