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외길을 걸으며 경지에 다다른 이들의 협업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화 거목과 전주부채 선자장이 만났다.

(사)문화연구창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이 기획순회전 ‘벽경 송계일 선면화’를 연다. 올해 초 신임 관장을 맞아들이고 의욕적으로 활동 중인 문화관이 전주 부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마련한 자리는 여러 모로 뜻깊다.

분야별 거장들의 만남이 그렇다. 벽경 송계일 선생의 그림을 선자장 부문 첫 국가무형문화재(합죽선)인 김동식 선자장과 태극선으로 잘 알려진 전북도 무형문화재(단선) 조충익 선자장의 작품 위 담았다. 여러 원로들을 모신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깊이 있게 조명하는 것도 새롭다.

형식은 순회전이다. 관공서 중 다가서기 어려운 법원을 택했고 전주 외 문화소외지역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초점을 맞춰 남원 내 초등학교를 선정했다. 부채문화관(20일부터 5월 9일까지 기획전시실)를 시작으로 전주지방법원(5월 11일~6월 12일), 남원대산초등학교(6월 14일~6월 20일)까지 향한다.

부채문화관에서는 의미 있는 전시를 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기간 중 500여명의 체험을 한데 진행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부채 그리기 체험을 마련한다.

신작 위주인 것도 주목할 점이다. 최근 작업한 선면화 20여점과 20호 회화 2점이 자리한다. 송 선생을 가리키는 수식어는 많지만 대표적인 건 음양오행 동양사상인데 대자연의 형상을 특유의 시각으로 조형화한다.

점, 선, 면, 색의 기본적인 조형언어로 산, 바다, 계절, 그 안에 숨 쉬는 자연의 이치를 간결하지만 묵직하게 드러낸다. 전통의 오방색과 여백을 사용하나 곡선보다 직선을 선호하는 등 동양과 서양을 오간다.

이는 사각틀이 아닌 부채 표면, 선면에 담겨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채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선면화는 한결 생생하다. 더욱 웅장하고 평화롭다.

이향미 관장은 “우리 고장에서 오롯이 한 길만을 걸어오신 거목과 명장들의 예술혼을 담은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면서 “내년에는 혁신도시와 타‧시도로 영역을 넓혀 ‘전주에는 선자장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벽경 선생은 김제 출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건국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전북대 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1975)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으며 20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전북대 예술대학 명예교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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