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슨은 대형 고급 모터사이클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모터사이클 매니아들의 꿈은 할리 데이비슨을 몰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강하고 남성적이며 거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 할리 데이비슨이 한 때 향수를 만들어 팔았다. 브랜드 파생상품이었다. 모터사이클이 잘 팔리니 이에 끼워서 팔아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 모터사이클을 애지중지하는 마초들은 정작 향수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경영진들은 이에 실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향수 등 별 관련이 없는 품목들의 생산을 포기했다.
  할리 데이비슨 향수는 전형적인 실패작으로 꼽힌다. 시장에서 퇴출된 실패 제품들은 허다하다. 베타 맥스 플레이어라든지 여성 전용 펜 등은 시장에 나온 지 얼마 안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비운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런 실패 덕분에 히트 상품도 나온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이를 체계화 한 사람은 일본 동경대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다. 이른바 실패학이다. 그는 ‘실패는 단지 기억 속에서 지워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혜의 보고’라고 했다. 또 실패를 하나의 예방 주사로 여기라며 실패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사실 대부분 경제 경영 서적들은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 성공 보다는 실패가 더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실패 사례는 숨겨지거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게 상례다. 인생의 80%가 실패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드러내놓고 실패를 논의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패를 이야기하기가 그만큼 괴로운 것이리라. 따라서 개인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간에 얼마나 실패에 관용적인가가 성숙도를 재는 척도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스웨덴 남부도시 헬싱보리에서 실패 박물관이 곧 문을 연다고 한다. 여기에는 앞서 소개한 할리 데이비슨 향수 등 빛을 보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상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를 주도한 혁신 연구가 사무엘 웨스트는 “기업들은 혁신적이지만 실수로부터 배우지 않고 오히려 실수를 비밀에 부친다”며 기업 성공의 열쇠는 뭔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한다. 이렇게 되는 데는 실패에 대한 태도가 관건이 된다. 실패는 곧 패배이자 불행이라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 성공에 이르자면 실패는 필수코스나 다름없다.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웨덴에 생기는 실패 박물관은 그런 견지에서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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