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관광브랜드상설공연이 길을 잃었다.

지난 4년 간 구축한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뮤지컬이 원전과 진중함을 앞세운 창극과 뮤지컬 그 어디쯤으로 선회, 관객의 눈높이를 비껴간 것.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중심을 잡지 못한 게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출범 1주년에 맞춰 19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전북관광브랜드상설공연 판타지 뮤지컬 ‘떴다 심청’을 개막했다. 공연 평가와 원인을 살펴본다.

 

▲ 대중성 잃은 관광브랜드공연

전개는 속도감 있었다. 심청이 아버지 눈을 뜨게 하고자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황후가 돼 아버지를 찾기까지 80분에 걸쳐 빠르게 이어졌다. 무대는 최근 경향에 맞춰 최소한의 것들만 마련하고 영상으로 대체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북관광브랜드’로서의 방향은 흔들렸다는 게 중론이다. 도민들은 물론 전북을 찾은 관광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게 무겁고 지루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왜일까. 2013년 시범공연으로 시작해 2016년 완성된 ‘성, 춘향’은 재해석과 재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었다. 변학도가 악하게 된 이유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다양한 음악 장르를 MR로 전하고 웃음코드를 적절히 더했다.

‘떴다, 심청’은 4년 만에 어렵사리 찾은 정체성을 버리고 기존 줄거리와 장중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 나열되는 밋밋한 전개는 웃음과 울음 어느 것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판소리 눈대목 3꼭지 외에도 한국적 정서가 강한 선율들이 다수 포함됐으나 슬픔과 무게감에만 초점을 맞췄다.

영화감독을 영입하고 스크린에 기존 비용 3배를 들인 영상은 투자대비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인당수와 연꽃이 돋보이긴 하나 평범한 수준이고 값비싼 장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한 공연기획자는 “장르를 바꾸는 건 좋지만 안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국악의 깊은 맛과 뮤지컬의 화려함, 다채로움 어느 쪽도 갖추지 못한 지루한 공연에 그쳤다. 누구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5년차인 만큼 장르와 소재, 풀어가는 방식 전반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원인은 재단?!

이유로는 처음 시도한 총연출 및 협력연출 체계와 이로 인해 늦어진 일정이 제기된다. 다른 장르 연출자들이 협업하다보니 의견 조율이 어렵고, 계획과 다르게 갔다는 분석이 많았다. 덕분에 대본은 3월 중순에야 나왔고 음악과 캐스팅을 비롯한 무용, 의상, 조명, 세트 등 모든 일정이 미뤄졌다. 무대 리허설도 사흘 가량에 그쳐 배우들이 역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영상을 위해 섭외한 영화감독이 어떤 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도 묻고 있다. 총연출인 장선우 감독은 “판소리 사설집을 읽고 서사와 묘사가 너무 좋아 창극처럼 만들고 싶었다. 영화어법으로도 풀고 싶었다”면서 “영상의 경우 디자이너가 훌륭한 사람이라 내가 원하는 걸 하기보다 맡겨보고 싶었다. 공연을 보고 보탤 부분에 대해 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건 이 때문. 주관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의도와 완성도 모두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문화예술인은 “재단이 연출가의 자율성은 존중해야겠지만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밑그림에서 벗어날 땐 바로잡아야 하고 총연출은 그림, 협력연출은 실질적인 연출임을 분명히 인지시켜야 했다”고 꼬집었다.

대본도 대본이지만 지원금 특성상 2월에야 실질적인 계약이 가능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바,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백민기 협력연출은 “총연출과 견해가 다르고 공연장 여건도 고려하다보니 늦어진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재단 측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면서 “배우들 긴장이 풀리고 조금씩 다듬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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