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모두 세 명의 여성을 선정했다. 우선 9?11 테러 직전 일각에서 제기된 수사 요청을 묵살한 FBI를 폭로한 요원과 함께 7억 달러의 손실을 낸 엔론 사태를 일찍이 경고한 이 회사 부사장 셰론 왓킨스, 그리고 월드컴의 회계부정을 표면으로 떠오르게 만든 감사역 신디아 쿠퍼였다. 이들은 모두 내부 고발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의회는 이른바 사베인즈-옥슬리법을 만들어 내부 고발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한편 경제적인 보상도 따르도록 했다.
  내부 고발자는 조직의 내부자로서 그 조직의 불법행이나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사람이다. 여기서 내부 고발은 일종의 양심선언이다. 이들은 단순한 배신자가 아니라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내부 고발자는 영어로 휘슬 블로어 혹은 딥 스로트라고 한다. 휘슬 블로어는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영국 경찰이 범법행위나 동료의 비리에 대해 호루라기를 불어 경계한 데서 나온 말이다. 또 딥 스로트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깊은 목소리인데 1972년 워싱턴 포스트 기자인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의 실체를 제보한 사람에게 붙인 암호명이었다.
  사실 내부 고발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조직 내부로부터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해고 등 가혹한 보복을 받는 게 상례다. 배신자 혹은 밀고자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써야 하며 폭로 이후에 닥치는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생 자체의 진로가 바뀌는 것이니 여간 해서는 용기를 내기 어렵다.
  현대 자동차의 품질 문제를 외부에 신고하고 제보한 김광호 전 부장에 대해 국민권익위가 내린 원상회복 조치가 결국 법정으로 비화됐다. 김 전 부장은 회사 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민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공익신고자 등 보호조치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현대 자동차는 해고는 단순히 공익제보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라며 해고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 고발은 더욱 어렵다. 온정주의가 만연한데다 의리를 중시하는 풍토 등 여러 장애요인이 있다. 이번 사건의 향배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드러내 보인다. 내부 고발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듯이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를 더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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