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생물산업진흥원장 김동수

곤충은 많은 사람들이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곤충 식용의 역사는 제법 길다. 길거리의 번데기는 삶아서 조리해 즉석에서 판매하거나, 통조림 형태로 만들어져 편의점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당연히 번데기는 식품위생법상 식용곤충으로 이미 분류돼 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블럭을 식사대용으로 먹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듯하다.

농식품부는 곤충산업이 농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으로, 소비자에게는 가치소비의 기회로, 국가적으로는 농업경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도록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16∼’20)」을 발표했다.

과거 혐오 대상으로 여겨지던 곤충시장이 2011년 약 1,600억원 규모에서 2015년 약 3,040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성장했고, 2020년에는 5,300억원 규모로 성장해 우리나라 농업 분야 미래 유망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측하고 있다. 전라북도도 이미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과 2015년에는 곤충산업육성 기본계획을 마련해 정부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곤충은 지구 전체 동물계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다양성은 전체동물의 3/4인 약 130만종에 해당한다. 미개발 생물자원으로 오래전부터 양잠, 양봉 등 일상생활에 이용돼 왔으나 최근 들어 해충방제용, 체험·학습용, 사료용, 의료용, 화분매개용, 환경정화용 등으로 이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농산업 소재로 전망이 밝다. 특히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등은 환자식 소재로, 애기뿔소똥구리, 왕지네 등은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소재로 개발돼 정식 상품으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곤충의 새로운 가치가 계속 발견되면서 국제적으로도 세계식량농업기구 FAO는 기아해결과 경제자립을 목적으로, 미국 및 유럽 등은 신약개발, 식량자원 확보, 가축사료 소재 개발을 목적으로 곤충을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식품원료로서의 곤충에 대한 가치 확산을 위해 곤충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한 바도 있고, 곤충을 원료로 곤충쿠키, 에너지바를 판매하는 전문카페도 만들어 졌다. 또한 곤충 요리전문 캐주얼 레스토랑이 2015년 7월 처음으로 창업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편, 비식용 바이오 소재로 활용한 사례를 보면 곤충 면역 반응으로 분비되는 생체방어물질 펩다이드 물질인 ‘코프리신’이 여드름 원인균 등에 대한 항균 활성 및 주름개선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피부용 화장품 12종 개발로 국내시장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곤충산업 전반의 성숙도는 낮은 편으로, 곤충사육 농가의 시설 및 생산 규모는 물론이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사업체도 다른 산업군에 비해 영세한 등 시장의 자생적 생태계 조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곤충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생산시설 확보와 곤충을 판매할 수 있는 수요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실정으로 볼 때 가장 신속하게 이용될 수 있는 수요처 가운데 하나가 사료분야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식품으로서는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대량수요가 있는 가축사료 분야에 곤충을 사용하고, 차츰 단계적으로 곤충 생산기반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확충하고 나아가 식품제조 가공업의 시설기준 적용을 받는 식용제품의 이용, 그리고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식의약품 원료로 고도화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바이오 소재로서의 활용도 기대 해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곤충산업기반이 약하고 출발도 늦었지만 전라북도가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곤충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6차 산업과 연계한 교육 학습용, 관상용을 포함해 산업적인 활용이 가능한, 수요가 확보된 곤충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한 유통시스템을 구축 한다면 충분히 앞서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산업적으로도 곤충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곤충의 소비수요를 이끌어줄 후방연계산업 기반이 중요한데, 현재까지는 사료관련 산업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사업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전라북도에는 카길, 씨제이, 하림, 대한사료 등 사료회사들이 전국대비 18%를 차지하는 등 소비여건이 충분히 있다. 여기에 우선적으로 산업화가 가능한 반려동물 사료부분에서 시장점유율이 28%, 연간생산량 6만2천 톤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곤충관련 주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연구기관들이 집적화 되어 있고, 산업초기인 곤충산업의 기술보급을 위한 여건이 연구개발특구 지정으로 이뤄져 있어, 곤충산업 성장 모멘텀이 가장 큰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곤충 사육농가를 확충하고, 관련 기업 유치를 통해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고, 지역특화품목과 연계한 사업모델을 개발한다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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