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8회입니다. 1회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큼 좋아졌고 소통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막작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 생각게 합니다.”(이충직 집행위원장)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제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몸과 영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개막작에는 모든 게 낯설고 조심스러운 여자와 모든 게 식상하고 권태로운 남자가 등장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주인공이 도살장에서 동료로 만나 매일 밤 같은 꿈을 꾸는 걸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나의 20세기(1989)’로 큰 주목을 받은 일디코 엔예디 감독이 ‘마법사 시몬(1999)’ 후 18년 만에 만든 역작이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다.

일디코 엔예디 감독은 오랜 시간 신작을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예산을 얻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이유를 밝힌 후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영화에서 어떤 걸 느낄 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계 혹은 소통을 꺼내든 까닭을 물었다. “개개인이 다를지언정 무의식 세계는 연결된다고 말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과 비슷한 시각에서 출발했어요. 제각각인 세상 속에서 이어지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얼개보다는 감정이, 몸짓보다는 표정이 앞서는 영화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감독은 “여배우의 경우 캐스팅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그는 연극배우로 활발히 활동해 왔고 재능이 뛰어나다. 자유분방하고 딱 부러진 성격이라 내면을 드러내는 데도 제격이었다”면서 “남배우는 외롭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라 아마추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는 헝가리 유명 출판사 대표”라고 설명했다.

배우 다음으로 중요한 지점이 있다면 그들을 대변하는 꿈 속 사슴일 것이다. 감독은 “가축류와 접점이 있고 자유로우면서 우아해 사슴을 택했다. 아름답지만 제한적인,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닌 그들의 삶은 인간의 생과 닮았다”고 했다.

“눈을 맞추고 몸을 움직이고 접촉하는 등 사슴은 두 남녀의 인격 자체를 보여주고, 관객들이 따라가도록 해야 합니다. 일단 60년 경력의 조련사를 고용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전했습니다. 그와 호흡을 맞춰봤고 촬영 경험이 있는 암컷 사슴도 캐스팅했죠. 탈출하길 좋아하는 동물이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붉은 피가 낭자하는 도살장을 주요공간으로 택한 건 “동물들이 죽음을 당하는 곳을 통해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 할 것들을 보여주려 했다. 죽기 전이라도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생각하길 바랐다”였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유독 헝가리와 인연이 깊다.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을 한국에 소개했고 기요로기 폴피 감독의 ‘자유낙하’를 제작했다. 올해는 개막작으로 상영해 뜻깊다”면서 “주류 속 대안을 준다는 점에서 영화제 정체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감독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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