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지인에게 받은 작품은 목동이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모습이었다. 방에 걸어두고 자주 보다 보니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때론 목동이 돼 소등에 올라타는 스릴과 여유를 만끽했고, 때론 뭔가를 짊어진 소 마냥 억눌린 심정이 됐다. 처량한 혹은 활기찬 피리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림과 그는 하나가 돼 갔고 한 점, 두 점 모으기 시작한 미술품은 장르를 막론한 수 천 점에 이르렀다. 한 명의 미술 컬렉터는 그렇듯 오랜 세월, 정서적 교감을 거쳐 만들어졌다.
  군산 이당미술관이 마련하는 특별전 ‘치유의 미술-최경수 컬렉션’은 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한 고장임에도 미술 시장 및 수집문화는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전주 한마음 병원장이자 미술 애호가인 최경수 씨의 소장품을 통해 작가를 발굴 및 재조명하는, 미술인에게 없어선 안 될 콜렉터의 의미와 역할을 일깨울 전망이다. 여러 번에 걸쳐 소개할 예정인데 첫 전시에서는 지역과 시대를 대표하는 30여명의 전성기작 37점을 선보인다.   박래현 나상목 방의걸 유휴열 이철량 하반영 등의 한국화, 서양화, 서예가 자리하며 항일 애국지사이자 야당 정치인 해공 신익희 선생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최경수 원장은 “진짜 좋은 작품은 자기 자신이 아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명화가 아닌 가족사진을 걸어놓고도 가치를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면서 “실제구입기준도 그렇다. 10년 뒤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을 찾았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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