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자처하는 영화들,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전주 돔 영화들이 사랑받고 있는 올해, 그럼에도 영화제의 얼굴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다.

결혼의 기로에 놓인 남녀의 길 찾기부터 시인과 소년의 특별한 듯 평범한 사랑, 대통령 후보와 그를 만든 국민들의 저력까지. 지난 4월 29일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7’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를 찾았다.

 

▲ 초행

물질만능주의 시대, N포 세대가 돼 버린 청춘들에게 가족 그리고 결혼은 사치일까.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초행’은 답을 찾기 위해 헤맨다.

오전 10시 30분 CGV전주고사4에서 만난 김 감독은 “내가 오래 연애해서 그런지 결혼은 중요한 화두다. 동거 중인 남녀가 임신 징후 후 양가를 찾는 여정을 롱테이크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커서 시나리오대로 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답을 찾았습니다. 대사 중 98%는 그들의 애드리브일 겁니다.” 미술강사인 수현 역의 조현철 씨는 “감독님이 현장에 던져 넣고 알아서 하라 하셨다. 맡은 역할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럴 듯하게 하려니 버거웠다. 그래서 편한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계약직 직원 지영 역의 김새벽 씨도 “확신이 중요한데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인이 부모님을 뵈러 가며 헤매는 모습은 가족, 결혼, 출산, 미래에 대한 혼란으로 읽힌다. 김 감독은 “방황과 상황은 그대로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은 문제를 걷어낸 모습”이라고 답했다.

▲ 시인의 사랑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고 김양희 감독의 장편데뷔작 ‘시인의 사랑’도 그 중 하나다. 낭만적 아름다움밖에 모르던 제주도 토박이 시인이 한 소년을 사랑 혹은 보호하게 되고, 현실을 딛고 선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오후 2시 CGV전주고사4에서 만난 김 감독은 “사람이 사람을 보호하고 그걸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제주도 출신 현택훈 시인에게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 영화 속 감정을 대변하는 시는 현 시인의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소년 역 정가람은 “대본에서 시인이 소년에게 헌신적이라 쉽게 사랑할 수 있었다”고, 시인 역 양익준은 “남녀사이 감정이라면 어느 정도 알겠지만 (남자를 그리워하는 건)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인을 붙잡는 아내 역 전혜진은 “아내의 경우 초등 동창이고 친구들도 다 아는 상태에서 이혼하기 어려웠을 거다. 결혼했으니 모든 걸 받아들이겠단 심정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김 감독은 “사랑은 시인이 생각하듯 낭만적일 수도, 아내처럼 처절하고 현실적일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사랑이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 노무현입니다

“노무현과 시민은 단 한명의 계파 없이 역사를 바꿨습니다. 이보다 희망적일 수 있나요?”(이창재 감독)

29일 오후 5시 30분 CGV전주고사4에서 상영된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과 인터뷰로 풀어낸 다큐다.

상영 내내 울음이 끊이지 않은 데 대해 이 감독은 “나도 편집하면서 100번은 족히 울었지만 사실 헬조선에도 희망의 씨앗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 만들었다”면서 “4년 전만 해도 제작비나 개봉여부가 불투명했는데 촬영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고 노 전 대통령과 시민이다. 노 후보의 지역감정 철폐를 지지한, 적폐청산에 동참한 시민들이 또 다른 노무현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전, 충남, 인천 등 경선 고비마다 마음을 두드리는 연설과 온몸을 던진 선거운동,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이 감독은 “인연이 있는 정치인, 직원, 노사모 회원을 3시간씩 인터뷰했고 문맥에 맞게 편집했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아닌 한국사회의 성공과 실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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