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대안 영화를 선보이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운영은 독립적이지도, 대안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영화의거리에서 계속된 영화제는 주제의식 뚜렷한 다큐로 인기를 끌었다. 반면 전주 돔부터 시상식, 전주와의 호흡, 전주프로젝트마켓까지 운영 전반이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정치 다큐, 이슈와 정체성 사이

슬로건 ‘영화 표현의 해방구’에 걸맞은 다큐멘터리를 다수 상영하고 미완성이던 ‘비구니’를 복원 상영해 주목 받았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3편은 어느 때보다 고른 완성도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인들은 탄핵 및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정치 다큐들이 화제를 모은 건 기쁜 일이지만 이를 영화제의 모든 것처럼 부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독립과 대안의 영역은 넓고 다양성을 추구할 때 풍성해지는 바, 특정 부문에 함몰되지 말라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증가 추세인 섹션은 수에 비해 눈에 띄는 게 없고 방향과 색깔도 흐릿해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로 인한 폐해도 거론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진위 평가에 포함되다 보니 월드 프리미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때문에 좋은 작품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뭔가”라고 말했다.

영화제는 최다 매진(279회), 최다 관객(79,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대권과 유료티켓 비율이 공개되지 않아 실질적인 매진과 관객 수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 첫 선 보인 전주 돔 취지↑, 활용↓

영화의 거리로의 집중은 2년차를 맞아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다듬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전주 돔이 대표적이다. 전주 돔을 포함한 전주라운지는 방문객들이 대중적인 작품과 부대행사를 통해 영화제에 다가서고, 궁극적으로는 정체성인 독립‧대안에 공감케 하고자 마련됐다.

메인공간이 필요하고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운영만큼은 취지를 거슬렀다.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1억 5천만 원이 투입된 공간(전주라운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다. 사방이 막혀있는 전주 돔의 최대장점은 날씨와 밤낮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다는 거고, 지난해 야외상영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지만 진행방식은 비슷했다. 상영은 저녁 위주였고 낮에는 2,3일을 제외하곤 닫혀 있었다. 이어진 공연은 젊은 층을 공략했다.

화질과 음질이 흔들리거나 내부임에도 추운 것, 돔 상영작을 디딤 삼아 독립‧대안 영화에 이르도록 돕는 단계적, 적극적 홍보가 부족한 것도 개선할 점이다.

라운지 부스의 즐길 거리도 여전히 부족했다. 한 시민은 “식구들과 저녁에 전주라운지에 갔는데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할 일이 없더라. 휙 둘러보고 사진 찍고 나왔다”고 밝혔다.

 

▲ 시상식은 우리끼리…

3일 비밀스러운 시상식이 치러졌다. 좁은 곳(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일반인들을 가로막은 채 이뤄진 행사는 시상식 본질에 맞지 않고 지난해 거론된 문제점을 고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영화제 측은 대중은 독립, 대안영화 감독에 관심이 없고 영화 스태프들이 폐막식까지 머물 시 예산이 많이 소요돼, 폐막식과 분리해 관계자들끼리 열게 됐다 했다. 그런 논리라면 시민들이 낯설어하는 독립, 대안 영화제를 개최해야 할 지 의문이며 스스로의 신념을 무려 18년 간 이해시키지 못했음을 자백하는 것이다.

시상식은 영화제의 색깔과 위상을 보여주고 전주국제영화제 나아가 전주시민이 주는 상을 기념하는 자리다. 누구든 많이 참여해야 하며 폐막식과 겸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 전주 소통, 구색 맞추기

지역영화 6편을 선정 및 상영하고 지역 예술단체들과 함께 ‘아트마켓’ ‘장면의 음악들’을 시작했다. ‘미니 FM’도 계속됐다. 하지만 프로그램 대부분은 지역 예술인 및 단체들의 기획이었고 영화제는 필요한 물품, 일손, 비용 일부를 제공하는데 그쳤다.

손쉽게 부대행사를 마련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지역영화공모도 형식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이 때문. 전주프로젝트마켓 내 포럼과 쿠키 토크도 지역에서 주최하는 건 없다시피 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20여 년간 전주가 영화도시가 됐나. 아니면 지역 영화인력들이 많이 배출됐나. 달라진 게 없는데 왜 전주에서 영화제를 해야 하는가”라며 “지역의 모든 건 여전히 비주류다. 주어지는 대로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차별화하는 건 ‘전주’인 만큼 지역과의 깊이 있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영화제의 목적은 제작? vs 상영!

새롭게 조성한 전주시네마펀드(총 1억 원) 참가작에 개발지원금을 지급하고 전주시네마프로젝트와 연계했다. 40억 이하 프로젝트를 제작하는 미들어스랩도 첫 선을 보였다. 전주를 근거지로 제작 지원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메이드 인 전주’를 표명한 건데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전주시네마펀드 참가작에 대해서는 13개의 투자, 제작, 배급사가 23번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20곳이 55회 미팅한 지난해 반토막 수준이고, ‘숏!숏!숏!’ ‘삼인삼색(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제작영화들도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미들어스랩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게 영화제의 가장 큰 본분임을 자각해야 할 때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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