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말하지만 방만한 운영과 잦은 사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많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공기업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공공 서비스 품질 향상에 대한 주문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라북도 유일의 지방공단인 전주시설공단이 그간의 성과를 넘어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 올해 2월 취임한 전성환 이사장이 있다. 그는 취임 후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깨진 유리창을 찾아라’를 주문했다.

■ 올 2월에 취임하셨다. 소감과 각오는?

전주시민들이 가장 자주, 가장 직접적으로 전주시정을 접하는 공간이 어디일까? 바로 시설관리공단의 업무 현장이다. 그만큼 현장 곳곳이 예민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녹록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시설, 빠듯한 인력과 예산, 다양해지는 시민들의 요구… 이런 것들을 직원들이 온몸으로 감내하며 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공단 설립 10년차를 맞아 더 발전된 모습으로 재도약해야 할 의무가 있고, 외부적으로는 새정부 출범 이후에 공기업 혁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도전 과제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 고객 중심의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발굴?제공하는‘혁신 공기업’, 낭비와 비효율을 철저히 배제해 경쟁력 있게 거듭나는‘강소 공기업’, 임직원 모두가 창의적인 경영 마인드와 실행력을 겸비한‘창의 공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 세 가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깨진 유리창 제로화’란 무엇인가?

‘깨진 유리창’이란 작고 사소한 위험요소를 방치하면 점차 확산돼 전체가 위험하게 된다는 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곳은 금방 쓰레기장이 된다. 마찬가지로 시민들과의 접점인 시설공단의 다양한 공간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시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기대감이 사라진다. 그래서 취임 후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이‘깨진 유리창을 찾아라’였다. 공단 본부가 있는 화산체육관 출입구와 로비부터 시민 친화적으로 정비해 가고 있다. 각종 안내문과 표지판, 인증서 등이 무질서하게 혼재돼 있는 것을 정리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부착하도록 했다.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설공단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이다. 작은 것을 고침으로써 큰 효과를 얻는 것,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제로화’사업이다. 단순히 시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단의 규칙과 규정, 프로세스, 서비스 등에도 적용해 공단의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 고객의 편의와 복리를 높일 수 있도록 바꾸어 갈 것이다.‘깨진 유리창 제로화’는 딱히 기간이 정해진 사업이 아니다. 시설공단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업무가 되도록 임기 내내 추진할 계획이다.

■ 공기업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반된 가치를 갖고 있다.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것인가?

경영효율과 관련된 문제다. 지금까지는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고 직원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며 일방적으로 비용을 삭감하는 것이 경영효율 제고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시행 초기에만 반짝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미미하고 고객서비스 저하와 직원 갈등으로 이어진다.
공기업의 경영효율은 가지고 있는 자원의 잠재력을 뽑아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즉 공단 전 임직원이 일상 업무에서‘더 좋게 할 방법은 없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진정성 있는‘작은 혁신’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지난 3월 팀별로 자체 멘토링, 혁신 아이디어 발굴 등 작은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구체적 실행 단계는 아닐지라도 지역사회와 고객의 욕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도가 가시화 되고 있다. 이는 수익 모델 다각화로 이어질 것이다. 직원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육훈련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개선점을 찾고, 낭비를 줄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학습과 혁신 조직’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 공단 경영의 투명성 확보는 어떻게?

깨끗하고 공정한 기업만이 강한 기업이 될 수 있다. 모든 업무가 투명한 절차에 의해 실행될 수 있도록 각종 매뉴얼을 세밀하게 정비할 계획이다. 상시로 모니터링 하면서 절차를 벗어나는 분야가 발생하면 위험요소로 간주하고 즉각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비리 신고 창구를 운영해 사전에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예방하는 감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내?외부로 열린 비리 신고 창구는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인해 경영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개방형 혁신’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고객만족, 신사업 발굴, 예산 절감,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통해 달라진 공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목표다. 염결성은 공직자가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다. 윤리와 공정성이 공단 조직의 DNA가 되도록 하겠다.

■ 시민들에게 한 말씀

전주가 추구하는 3대 가치가 ‘사람, 생태, 문화’다. 시설공단이 맨 앞에서 그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사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시민들의 요구를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공단이 되겠다. 품격 있고 인간적인 시설에 인문학적인 요소까지 더해서 시민들이 자부심 갖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항상 새로운 공간, 늘 가고 싶은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김선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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