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열여덟 번째 열린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는 올 영화제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이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았지만 외부의 시각은 이와 달리 호의적이지 않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잘 알려졌다시피 상업적인 주류 영화산업에 가려져 제 가치를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비주류의 영화를 위한 축제다. 그래서 상영작 대부분은 영화산업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독립과 대안’을 내세운 영화들이다. 기존 주류들 중심의 질서를 비틀고 조롱하면서 소수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시각에서 전하는 작품이 많은 이유다. 이런 영화제의 정체성은 상업 영화 중심의 부산국제영화제 등과 비교되면서 존재 이유를 확인해 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 벨’ 상영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영화제 위상에 타격을 받은 반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천안함 프로젝트’ ‘7년-그들이 없는 언론’ 등을 상영하면서 꾸준한 지지층을 형성해 왔다. 올해도 ‘노무현입니다’ 와 국정교과서 발간, 사드 배치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룬 작품을 상영하면서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을 실현했다.
문제는 성공적으로 보이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과 소통이다. 지난 3일 사전 공지 없이 기습적으로 열린 경쟁 부문 시상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제 측은 ‘대중은 독립, 대안영화 감독에 관심이 없기에 알리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한다. 이는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영화제라고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일부 영화관계자들과 마니아들이 즐기는 그들만의 축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영화제가 내세운 지역과의 소통도 수준이하라는 지적이다. 지역영화 공모도 형식적이었고 부대행사인 ‘아트마켓’ ‘장면의 음악들’ 등 프로그램 대부분은 지역 예술인들의 기획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지역’이 설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비주류를 대변하는 영화제에서 개최 지역이 비주류로 전락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난 것이다. ‘20년 가까이 많은 예산을 투자한 영화제지만 이제껏 달라진 게 없는데 왜 전주에서 영화제를 해야 하는가’하는 원론적 질문에 누군가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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