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에 항거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오늘날 국민들의 정신, 뿌리는 어디일까.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부르짖던 동학농민군의 정신이 정읍 황토현 전적지에서 되살아난다.

전라북도와 정읍시가 주최하고 전북도립국악원·정읍사국악단·(사)마당극패우금치가 주관하는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 50주년 기념 창무극 ‘천명(연출 류기형·극작 김용옥)’이 12일과 13일 오후 7시 45분 정읍 황토현전적지 야외특설무대(제세문 앞)에서 열린다. 전주에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으로 9월 20일부터 24일 사이 사흘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에서 펼쳐진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1994년 만들고 110주년 공연한 후 세 번째다. 하지만 전과 규모 및 내용 면에서 다르다. 극본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되 오늘날에 맞게 다듬었으며 출연진은 182명이고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230여명이다.

야외무대의 경우 25톤 트럭 70대로 흙을 투입해 제작하고 나무가 감싸고 있는 주변 경관을 고스란히 활용한다. 실제 정읍 황토현 전적지인 만큼 생생함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황토현 전적지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동학농민군이 관군을 크게 물리친 곳으로 혁명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단체인 전북도립국악원과 정읍사국악단의 첫 협업이란 점도 뜻깊다. 제작진 면면도 화려하다. 국악 작곡의 대가 박범훈, 교수이자 철학자로서 해박한 지식을 녹인 극작가 도올 김용옥, 창극과 마당극 부문에서 정평이 난 연출가 류기형, 창극계 국민배우인 제작총감독 왕기석. 두 번째 공연에 이어 또 한 번 참여하는 안무가 김수현, 40여곡의 웅장한 음악을 전할 지휘자 조용안 등.

왕기석 총감독은 “혁명 110주년 당시 류기형 연출과 올린 뒤 120주년에 선보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123주년에야 실현한다. 정읍사국악단은 수가 적어 전북도립국악원과 함께하는데 만족스럽다”면서 “쉽게 올릴 수 없는 스케일이지만 전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주제지 않느냐. 전북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도 이런 걸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은 120여 년 전 수십만의 동지를 잃고 압송된 전봉준 장군의 재판부터 보은 대집회, 전주성 입성, 집강소 시대, 우금치 전투 회상, 전봉준 장군의 사형선고까지 이어진다. 민초들의 사는 이야기도 더한다. 모두 2부 16장.

극본을 쓴 도올 김용옥은 “2017년 버전은 이전 어느작과 비교할 수 없는 색조를 지니고 있다. 극본은 세밀하게 재구성했으며 대사는 역사적 장면의 리얼리티에 맞게 원전자료를 동원했다. 구어적 전달력의 파워도 증강시켰다”고 설명했다.

140분여의 다소 긴 시간은 웅장한 음악과 전투신으로 채운다. 연출자 류기형은 “모든 구성이나 조합 자체가 처음이다시피 시도하는 것들이다. ‘어, 이런 공연이 다 있어?’라는 문화적 충격을 드리고 싶다”면서 “농민군이 관군에게 처음으로 승리한 곳, 흙으로 뒤덮인 곳에서 지형과 지물을 세트 삼는 것도 새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 문의 정읍시청 문화예술과 063-539-6412./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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