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본고장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독일이다. 세계 맥주 소비량 1위인 독일은 유별난 맥주 사랑으로 유명하다. ‘새해에 맥주를 마시는 자

는 회춘해 홍조를 띤다’는 격언을 비롯해 ‘맥주는 영양을 주고 와인은 여위게 한다’든가 ‘맥주 한 병과 소금에 절인 캐비지는 의사로부

터 금화 절반을 빼앗는다’는 등 맥주 예찬이 대단하다. 1875년 나온 ‘맥주 닥터’라는 팜플릿을 보면 맥주의 장점 세 가지로 우유의 영양

과 물의 시원함과 그리고 와인의 향을 들고 있다.
  하지만 독일이 맥주의 시원은 아니다. 그 역사를 되짚어 가면 기원전 4000년 경 그러니까 인류의 농경생활이 막 시작한 때로 올라간다. 메

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원료 맥아에 물을 붓고 자연발효 시킨 아주 단순한 형태의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이후 이집트에서는 근로 계약서에 포

함될 정도로 맥주가 일반화 됐으며 다시 그리스 로마를 거쳐 독일과 벨기에, 영국 등으로 퍼져나갔다.
  또 맥주의 질도 좋아져서 10세기 독일에서 홉을 넣어 쓴 맛과 짙은 향을 냈고 19세기 프랑스에서는 루이 파스퇴르가 술이 효모작용 생성이

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품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 상륙이 늦은 편이었다. 개항기 극히 소수가 바다를 건너온 맥주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고 본격적으로 맥주가 본격 선

보인 것은 1933년 일본의 삿포로 맥주와 쇼와 기린맥주 두 회사가 한국에 공장을 지으면서부터다. 그 때도 지금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맥주와

친숙한 것은 아니었고 일부 상류층에서만 맛보는 고급술이었다. 그리고 해방 후 일본이 남기고 간 공장들을 우리 자본으로 돌리면서 비로소

맥주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최근 우리나라 음주문화에서 맥주가 대세라는 보도다. 마트와 편의점 주류 매출에서 맥주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경

우 맥주의 비중이 지난해 48.2%에서 올해 4월 55%까지 높아졌다. 그 원인은 회식이 줄고 정시 퇴근 후 가까운 이들과 간단히 한 잔 즐기는

음주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또 독주 기피현상과 혼술 풍조까기 겹쳐 맥주의 매출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국산 맥주가 외국산에 점점 밀리고 있다. 국산 맥주가 종류도 적을뿐더러 맛과 풍미에서 외국산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세간의 평가

탓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산 맥주 종류만도 200여종이 넘는다고 하니 이제 시장은 세계 맥주의 경연장으로 변하고 있다. 맥주의 역사

가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날로 커가는 시장을 수입맥주에 고스란히 바치는 꼴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