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신화에는 카네이션 꽃에 대한 스토리가 나온다. 로마인들은 신전에 제물을 바치며 제사 드리는 것을 의무로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신전 주변에는 제단에 바칠 화관을 만들어 파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소크니스라는 처녀는 솜씨가 좋아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 했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동업자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차에 태양의 신 아폴로는 그녀의 공적을 인정해 카네이션 꽃으로 태어나도록 했다. 이후 사람들은 신전에 꽃을 바칠 때 꼭 카네이션을 선택했고 대규모 추모제도 열었다.

여기서 보듯 카네이션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또 유래가 깊은 꽃이다. 대략 2000년 전부터 재배됐다는 기록이 있다. 또 꽃말도 많아서 붉은 색은 감사와 건강 기원, 노랑색은 경멸, 분홍색은 열애와 거절의 뜻이 그리고 흰색은 돌아가신 부모를 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부터 유래된 게 바로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에 붉은 색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풍습이다. 구체적 계기는 1910년대에 미국의 안나 자비스라는 소녀가 돌아가신 어머니 추모제를 지내며 친구들과 함께 하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것이었다. 그녀는 필라델피아 교회를 중심으로 어머니 은혜를 기억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이에 당시 윌슨 대통령이 호응해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결국 흰색 카네이션은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는 뜻으로 굳어졌고 붉은 색 카네이션은 살아계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표시가 됐다.

그런데 올해 가정의 달인 5월에 카네이션 특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농수산식품 유통공사에 의하면 올 초부터 지난 5월3일까지 카네이션 거래금액은 29%나 줄어들었다. 가격도 예년에 비해 20%나 떨어졌다고 한다. 그 원인은 불황으로 인한 전반적인 꽃 소비 위축에다가 스승의 날 카네이션 선물을 금지한 김영란법, 실용적 선물의 인기 등이다. 또 생화 보다는 조화를 선호하는 경향도 많아진 것도 카네이션 꽃의 소비를 줄이는 이유가 됐다.

가정의 달 5월의 카네이션은 특별한 뜻을 담고 있다. 비록 꽃 한 송이지만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기리고 감사하는 상징이다. 여기에는 따뜻한 가족애와 정체감까지 깃들어 있다. 작은 정성 하나로 부모와 스승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카네이션 선물 풍습이 서서히 퇴조하고 있다니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미풍양속이 사라지지 않도록 꽃 소비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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