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식당이 유일한 생계원인데, 인건비 탓에 사람을 쓸 여유가 없어요. 휴학한 막내아들마저 없었다면 진즉 가게 문을 닫았을 겁니다”

 전주 서신동에서 감자탕집을 하는 박 모(54)씨는 두 달 전 손님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주방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정리했다. 가게 매출이 줄면서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신 주방일은 본인이 도맡아 하고, 홀은 군 전역 후 휴학 중인 막내아들이 돕고 있다.
 

극심한 소비부진과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가족까지 동원, 생계를 잇고 있는 도내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출혈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한 영세자영업 가구의 안간힘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11일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4월 전북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지역의 ‘무급가족종사자’는 7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8000천명(11.5%)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에 비해서는 무려 1만3000명(20.6%)이 급증한 수치다. 무급가족종사자는 같은 가구 구성원 중 한명이 경영하는 음식점이나 회사 등 사업체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처럼 ‘무급가족종사자’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불황과 취업시장의 한파가 겹쳐 취업은 안 되고,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추세가 맞물리는 등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호남통계청 관계자는 “도내에도 극심한 취업난으로 취업대신 월급 없이 가족이 하는 일을 돕기만 하는 무급가족종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매출부진으로 인건비 절약을 위해 가족을 고용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무급가족종사자의 증가는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내 자영업자들의 극심한 경영난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극심한 소비부진과 김영란법까지 겹치면서 도내 음식·숙박업의 체감경기는 최악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무급종사자들을 고용에서 제외하고, 외식업체 등에서 정리된 직원들을 감안하면 실제 실업자 비율도 증가한다.
 

전북도청 주변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서 모(44)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다 김영란법 등으로 소비부진까지 이어져 월세는커녕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빠듯하다”며 “새로운 정부는 불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영업 운영지원 확대 정책 등을 시행해 우리 자영업자와 직원들이 하루 빨리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양승수기자·ssyang0117@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