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주덕진공원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실록을 탐하다’ 측이 공원 내 객석과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과 관련, 방문객들의 불편과 거부감을 초래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객석과 가림막을 놔 열린 곳에서 유료공연을 진행하고 통행을 제한하는 등 공간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워터 스크린 영상기반 퓨전뮤지컬 ‘실록을 탐하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하는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 선정됐으며 주최 주관은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협동조합 문화숲, 기획 제작은 문화숲이다. 공연은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덕진공원 수변무대에서 모두 20회 이뤄진다.

호수 내 워터스크린에서는 물줄기 위 영상을 쏴 배경을 만들고 수변무대에서는 노래와 연기, 춤이 어우러진 극을 선보인다. 객석은 수변무대 바로 앞 길이며 여기에는 수변무대 높이에 맞춰 7단 계단식 구조물(300석)을 놓는다.

객석의 경우 공연 2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3시간 동안 컨테이너(나무박스) 2개로 양쪽을 막고 통로는 차단된다. 통로가 개방될 때도 전체 폭 12m의 절반을 웃도는 객석 구조물(6.3m)은 그대로 둔다.

이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공원에서 개최함에도 경관을 해치고 유료를 강행해서다.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공원에 계단과 컨테이너를 놓으면 그림이 좋겠나. 공연의 경우 보는 것도 안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무대만 보이지 않을 뿐 소리도 들리고 영상도 보인다. 사색을 즐기러 온 누군가는 방해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길을 막는 건 더 큰 문제다. 객석이 놓일 수변무대 맞은편은 중심부로 향하는 통로 중 하나고 날씨가 더워지는 5,6월 경 야간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까지 고려했을 때, 20일 간 저녁 3시간씩 길을 막는 것의 폐해는 생각보다 커 보인다.

가림막을 치운다 한들 길 절반을 막는 객석은 여전해 이동상 번거로움을 피할 순 없을 거다. 한 시민은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계절과 시간, 길을 통제한다는 발상은 시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돌아가는 길이 있다 한들 유쾌하진 않을 거 같다”고 밝혔다.

장소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장소를 잘못 택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다. 한 문화예술인은 “공원에서 한다는 건 개방한다는 뜻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공연장을 제대로 만들든지, 공원에서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7월부터 준비한 걸로 아는데 시간이 부족했던 건가”라고 물었다.

실록 관계자는 “우리야말로 정성스레 만든 공연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민간단체에게 수익 창출할 기회를 주는 사업이고 다른 방식의 수익은 인정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유료를 택했다”고 답했다.

이어 “가림막은 공연 때 잠깐 놓을 거고 그 때는 안내원을 둬 사람들을 뒷길로 이끌 거다. 객석이 고정돼 있어도 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어 문제없다”면서 “워터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고 우리 사업이 공모에서 선정돼 워터스크린 보강사업이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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