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란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이다. 이런 정의가 좀 까다롭다면 그냥 일상생활문화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과거에는 마을문화 중심이었다. 그래서 고을마다 나름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누리는 게 보통이었다. 이것이 점차 시와 군으로 다시 광역행정구역인 시도로 넓혀지면서 오늘날 지역문화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특히 이제 어느 정도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마당에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지역문화는 뜨거운 현안이 됐다.
  지역문화의 기능은 의외로 중요하다. 우선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주민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공동체 융성의 밑거름이 된다. 또 지역 특유의 상징과 분위기를 창출하며 문화의 전반적 질적 향상에도 기여한다. 지역문화의 다양성이 민족 문화 전체의 활력소로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둡다. 우선 주민 스스로 지역문화에 대한 애착도가 낮다. 문화마저 중앙으로 집중된 데다 널리 퍼진 대중문화가 그 원인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앙집권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는 문화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에 몰려 있다. 문화시설은 물론 공연 횟수나 전문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지방은 한참 뒤떨어진다. 여기에 날로 득세하는 대중문화는 생활문화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궁벽진 농어촌까지 TV나 영화, 가요 등을 즐기면서 정작 전통문화나 지역예술, 일상 문화는 점점 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물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활성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주도의 시혜성 대책으로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엊그제 막을 내린 세계지방정부 연합 문화정상회의에서 고은 시인이 지역문화에 대한 언급을 했다. 그는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문화’를 강조했다. 고은 시인은 “중앙집권적 일원주의 체제가 지방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가로막는다”며 지방분권의 내실화를 주문했다. 이어 그는 “문화는 통제가 아니라 자율, 피동이 아닌 능동, 몸의 심장”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지방의 중앙의존현상에 대해 문화의 생명력까지 천편일률의 도식으로 만들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지금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주민의 참여다. 주민참가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 그 다음은 정치적 배려나 지역문화의 상대성 인정, 그리고 지방분권의 강화다. 그 중에서도 주민의 자율과 능동이 지역문화 창달의 열쇠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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