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자주, 작게 실패하라”는 말은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에 성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함축한 표현이다. 빨리 실패하라는 말은 오래 기다리지 말고 바로 시도하라는 뜻이며, 자주 실패하라는 것은 많은 시도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성공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라는 것이다. 작은 실패를 경험하라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저가의 실패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는 것을 말한다. 인생은 한 번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재도전을 해도, 또 다른 실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때, 희망을 잃고 불평불만과 자포자기의 길을 걷기도 하고, 반대로 또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때의 선택이 사람과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농업은 품종과 기상환경 그리고 토양환경에 따라 농작물의 생육반응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중요하다. 농업인들에게 기술혁신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지만, 성공경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자기 농장에 알맞은 농업경영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상황을 진단한 다음 문제점을 파악하고, 둘째, 문제의 해결방법을 선정하고 시도를 해보며, 셋째, 새로운 시도에 따른 자기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개선점을 발굴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단계를 무시하고 ‘한방에 해결하려는 욕심’과 ‘자기 판단의 기준도 없이 남의 말에 현혹’되어 무작정 시도를 하다보면, 실패하고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래서 농장의 일부면적을 할애하여 실험 공간(Test Bed)을 만들고 빨리, 자주, 작게 실패하면서 개선점을 찾는 것이 좋다. 실험 공간에서는 새로운 품종이나 대체 작목의 생육 특성을 파악할 수도 있고, 비료나 농약의 사용효과도 확인해볼 수 있다. 토마토를 2일 1회 관비를 공급하는 농가가 비료사용량을 어떻게 조절해야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한 하우스에서 이랑별로 나눈 다음, 관주용 밸브를 열고 닫으면서 비료와 물 공급량을 2일~6일 간격으로 공급하면 된다. 새로운 비료효과를 알고 싶다면, 관주용 밸브를 잠그고 소량을 물에 녹여 물뿌리개로 공급하면서 작물의 생육을 살피면 된다. 농약도 소량을 녹여 소규모로 처리하면서 농작물의 생육과 병해충의 진전을 확인해보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관찰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실험에서 얻어진 기록을 바탕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종묘, 비료, 농약, 정식시기 등을 골라 사용하는 것이 성공 경영의 요소를 발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발견한 성공요소를 전체 농장에 적용하면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다.
 농업의 영역도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판매 영역까지 진화하고 있기에 변화관리 요인이 한층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농업인들이 알아야 할 지식은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복잡 다양한 사회일수록 공짜 점심은 없듯이 성공적인 농업경영을 위해서는 내 스스로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농업인도 예외없이 창의력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이기에 대응방법과 속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영인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껏 접해보지 않은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과 다양성의 가치를 조합하여 대안을 도출하는 역량 그리고 협력적 소통 역량을 기르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의 과거는 성공과 실패에 의해 지배를 받지만, 미래는 현재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혁신을 멈추어 실패한 코닥이나 노키아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살아남은 GE의 사례를 보고,  빨리, 자주, 작은 실패를 즐기면서 성공의 저주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 농업경영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덕배(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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