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전주한지, 온누리에 펼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으나 부실한 운영으로 한지를 세계화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주시와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회 주최로 19일부터 21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을 비롯한 전주 일원에서 열린 ‘2017 전주한지문화축제’는 ‘FIFA U-20 월드컵코리아 2017’ 전주 개막에 맞춰 여느 때보다 많은 10만여 명이 찾았다.

한지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건 작년과 동일하지만 실현하는 방법은 달랐다. 이전에는 산업화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산업화와 대중화를 아울렀다.

산업화만으론 역부족임을 깨닫고 대중화에 무게를 실은 건데 실제로 야간조명인 한지트리&한지빛숲을 한 달 전 설치하고 체험부스를 지난해 19개에서 23개로 늘렸다. 소리꾼 남상일 씨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국카스텐을 개막공연에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세계화는 멀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 전시, 공연, 이벤트 등 행사 전반이 내실과 체계 없이 이뤄져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 한지산업관은 공간만 확장했을 뿐 내용은 그대로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한옥마을 경기전까지 확대해 판매량이 증가할 순 있으나, 규모와 상품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산업관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한지 수출 상담 및 지원을 위해 신설한 전주세관부스는 3일 중 금요일 하루만 운영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 한지공예가는 “시민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1,2개씩 파는 건 판매관일 뿐 산업관이 아니다. 바이어를 초청해서 수출할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바이어들의 방문이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주만의 뛰어나고 참신한 한지상품이 필요하지만 평이했다. 산업관을 대한민국 한지산업박람회로 개편할 생각이라면 분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한지국제컨퍼런스와 한지, 부채 명인‧명품전은 5월 말 국회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된 상태다. 축제 측은 대통령 선거 때문에 미뤄졌으며 6월 13일로 조율 중이라 했지만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전시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공모전 수상작 전시의 경우 전국한지‘공예’대전이 대한민국한지‘예술’대전으로 바뀌어 작품 수가 느는 게 당연함에도 장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때문에 복도에 작품을 걸고 전시장 또한 빈 곳 없이 빽빽했다.

나아가 공모전 확대이유를 묻고 있다. 미술 공모전이라면 지역에도 여럿이고 기존 한지공예를 유지하기도 벅찬데, 대책 없이 부피만 키워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

한지공예대전 역대 대상작 전시는 전당 1층 홍보관 한 편 총 22개 중 8개만이 덩그러니 놓여, 대상의 위상에 맞지 않았으며 전시인지조차 몰랐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대중화를 목표로 첫 선을 보인 한지뉴스(4,5월호)는 각각 1만 부, 5천 부 발행했고 여기에는 2,3천만 원 가량의 고액이 투입됐지만 행사장에서 단 한 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지등을 이용한 한지트리와 한지숲은 한국전통문화전당과 논의 없이 설치돼 전당 설치물과 어우러지지 못했고 나무와 풀 곳곳에 설치돼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개막일에는 조명등 전원이 나가 한지패션쇼가 10여분 지연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좋은 의미가 드러나려면 치밀한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내용도 알차야 함을 기억해달라”고 조언했다.

한지축제 관계자는 “국카스텐이나 남상일, 김수미 씨를 통해 대외적으로 축제가 많이 알려진 거 같다. 대중화를 추구한 다음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바이어 초청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전시를 위해 전북예술회관을 대관하려 했지만 자리가 없었고 한지를 활용한 미술이라는 점에서 여느 공모전과 차별화된다. 한지뉴스는 관련 업체나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한지등은 반응이 좋아 다른 행사에도 대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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