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업’과 대학의 역할 /홍용웅 전라북도 경제통상 진흥원장

 

창업은 우리 경제의 희망이자 구원이다. 지난 정부는 창조경제를 외치며 창업을 부채질했다. 우리가 문턱이 닳게 방문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기술창업의 본산이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소개한 책이 한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중국의 무지막지한 촹커(創客) 바람 또한 우리를 기죽게 한다. 전국에 40개 창업선도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북에도 3개나 있다. 기업들이 버젓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지금, 창업이 마치 문제해결의 요술방망이처럼 여겨진다.

도처에 창업교육이다. 대학, 공공기관, 직업훈련원에서 수많은 교육이 전개되고 있다. 벤처기업, 1인 창조기업, 자영업 창업 등 교육의 스펙트럼 또한 매우 넓다. 미래부, 고용부, 교육부, 중기청, 농진청 등 주관부처도 제각각이다.

다양하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고도 산업사회에서 다양성은 매우 소중한 가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양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사되느냐이다. 외관만 그럴듯하고 내실과 성과를 담보치 못하면 실망을 줄 뿐이다.

대학에 불고 있는 창업교육의 열풍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각 대학 산학협력단, 창업지원단은 정부 지원의 창업교육에 영일이 없다. 고용절벽에 처한 청년들을 창업전선으로 이끌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백번 옳은 일이다. 다만 목표가 잘못 설정되었거나 성과가 시원찮다면 그때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은 첨단지식과 지성의 성소이다. 그래서인지 거기서 제공되는 창업교육은 ‘저 높은 곳’을 향하기 일쑤다. 민생에 가까운 자영업과는 차원이 다른 고도의 기술창업을 선망한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자 지식인의 산실인 만큼 그리하는 게 어쩌면 맞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 속 양상은 좀 다르다. 대학 4년간의 학업으로 과연 수준 높은 창업을 일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른도 안 된 청년들이 기술, 경영의 양 요소를 겸비하여 성공한 CEO로 변신할 수 있을까? 물론 천재성과 끈기로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바늘구멍만큼 열려있지만 말이다.

경제통상진흥원은 ‘작은 창업’이라는 소박한 이름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작은’의 속뜻은 ‘작지만 매운’이다. 그간의 창업교육이 너무 고급하거나 평범한 아이템에 편중돼왔음에 대한 반성적 조치라 해도 좋다. 한 마디로 생활 주변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창업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기술창업은 전문기술인에게 맡기고, 과당경쟁의 음식, 도소매업 창업은 최대한 지양한다. 생활 속의 적정 기술과 아이디어를 살린 소자본 창업, 이것이 ‘작은 창업’이다. 여기서 핵심은 차별성이다. 같은 품목이라도 독특한 생각과 지식정보를 더하면 다른 것이 되기 마련이다.

마지막 제언 한 마디. 대학의 눈높이와 문턱을 낮춰 소상공인 창업에 관심을 가져주길 소망한다. 소상공인 업계에 젊은 피가 수혈되어야 한다. 기존의 노화된 업종지형과 경영방식에 대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뛰어들어 판도를 바꿔야 한다. 빅데이터, SNS 등 ICT를 접목해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시니어 주도의 소상공인 창업은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이 이를 외면해선 안 되며, 정부의 창업정책도 이쪽을 주시해야 한다. 조금 늦긴 했지만 더 늦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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