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국이라 불리는 미국 포드 자동차의 역사는 멀리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헨리 포드는 자전거 바퀴에 사륜마차의 몸체를 얹고 2기통 휘발유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처음 만들었다. 1903년 포드는 자본금 2만8000달러로 회사를 세우고 직원들을 채용해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회사가 도약하게 되는 계기인 T형 자동차를 선보인 것은 1908년이었다. 좋은 성능에 싼 가격이 소비자들을 파고들어 어마어마한 양을 파는데 성공했다.
  포드는 1920년대 이미 자동차 생산 세계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새로이 등장한 GM과 크라이슬러와 함께 포드는 미국 내 빅3, 그리고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위상을 굳건히 했다. 오늘날에도 부침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그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렇게 포드가 성장한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포드 자신의 비전이다. 그는 사치품이던 자동차를 생활필수품이라는 개념으로 바꾸었다. 이런 포부는 T형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남긴 다음과 같은 말에 잘 드러난다.
  “나는 일반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다. 최고의 재료를 쓰고 최고의 기술자를 고용해 현대 공학이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디자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가격은 저렴하게 해서 적당한 봉급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구입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하나 포드의 성공 요인은 기술혁신이다. 1913년 도입한 포드 시스템은 세계 최초 무빙라인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의 기초였다. 그래서 포드를 근대적 대량생산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런 포드 자동차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포드사는 경영부진의 책임을 물어 마크 필즈 CEO를 해임하고 대신 짐 해켓을 그 자리에 앉혔다.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 신기술 개발 정체 등이 이유다. 해켓은 가구회사 경영자를 오래한 사람으로 불과 1년 전 포드 자회사인 스마트 모빌리티 사장이었다. 해켓에 대해 포드사는 “예지력과 운영능력을 겸비한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시장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세계 최고의 거대 다국적 기업 포드의 위기는 그런 진리를 또 한 번 확인시켜 준다. 비전을 갖춘 경영자 부재와 기술 혁신 부진이 이 난국을 부른 것이다. 비단 포드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어느 기업이라도 한 순간 추락할 수 있다. 창업 보다 수성이 더 어려운 게 비즈니스 세계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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