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뭐 사람이 있어야 장사를 하지. 이렇게 더운데 누가 시장에 나오려고 하겠어.
나 같아도 에어컨 빵빵한 대형마트로 장보러 갈 것 같은데...”

 평상시 한옥 마을과 ‘야시장’을 찾는 인파로 특수를 누려온 전주 최대 규모의 남부시장.
하지만 29일 정오. 연일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불볕더위 속에 이 곳 상인들의 마음을 알아 줄 리가 없는 듯 시장의 모습은 한 눈에 봐도 한산해 보였다.
 폭염에 손님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전주천변을 따라 입점해 있는 노점상과 점포들은 아예 문을 닫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그늘막이로 쳐놓은 형형색색의 천막과 파라솔은 정오의 불볕더위 아래 그야말로 ‘찜통’이 돼 상인들은 한숨과 부채질을 번갈아 가며 뜨거운 바람을 내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뭄의 갈라진 땅처럼 상인들의 얼굴 속 깊은 주름살이 유독 도르라져 보였다.
 십 수년간의 노하우(?)로 버텨왔던 상인들도 때 이른 폭염에는 속수무책으로 보였다.
 야채 노점상을 하는 최 모(63)씨는 “새벽에 떼어온 대파와 시금치가 벌써 시들시들 하다”며 “물을 뿌려가며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해도 날씨가 워낙 더워 바로 말라 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수산물을 다루는 생선가게 상인들의 고심은 더 심각해 보였다.
정성스레 진열된 생선들 위에는 신선도들 유지하기 위해 얼음이 가득했지만, 열기 탓에 쌓아 놓은 얼음은 금세 녹아 버렸다.
 수산물 가게를 하는 상인 이 모(46)씨는 “생선들이 상하지 않도록 얼음을 채워줘야 하는데, 반나절이 지난 지금 벌써 얼음포대 7개를 썼다. 한 여름에 쓰는 양과 거의 비슷한데, 올여름은 폭염기간이 길 것이라는 얘길 들었다. 얼음값이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최근 기상청의 전북지역 기상 전망을 보면 6,7월은 평년보다 최대 0.5도 높고, 8월에는 폭염일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들의 걱정이 기우로 끝나지만은 않을 듯 보인다.
 한 손으로 따가운 햇빛을 가리며 장을 보던 주부 이 모(44)씨는 “사실 더운 날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것이 쉽지 않아 주차시설과 냉방시설이 좋은 대형마트를 찾게 된다” 며 “하루 빨리 재 래시장이 현대화돼 다시 활기가 넘쳤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전통시장은 유독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더욱 더 취약하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 속 아스팔트 바닥의 열기만큼이나 매출부진으로 상인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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