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로 인한 주민 갈등을 해소하고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금연아파트’ 제도가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흡연으로 고통 받는 동안 관할 행정은 느슨한 태도로 일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오전 10시 금연아파트 현수막이 걸린 전주시 중동 한 아파트. 금연현수막이 무색하게 화단이나 지상 주차장 등 단지 곳곳에는 버려진 담배 꽁초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단지 내부에는 흡연자들을 위한 재떨이까지 마련됐고 담배를 피우는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금연아파트로 지정됐지만 다른 아파트와 차이가 없었다.

아파트 한 주민은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면 간접흡연에서 해방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정 효과도 잠시 반년이 넘은 지금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서 “담배를 피우고 떠나면 그만인 상황에서 단속 권한을 가진 공무수행자가 현장 적발을 얼마나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이날 전주시 효자동 금연아파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됐지만 단지 내 만연한 흡연으로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베란다, 화장실, 지상 주차장을 흡연이 잦은 공간으로 꼽았다. 일부 주민은 거주공간에서 이뤄지는 금연조치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지상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주민은 “내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게 대수로운 일이냐”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단속 권한을 가진 전주시보건소는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더라도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등 금연구역이 일부 공간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층간흡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베란다와 화장실, 길을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지상 주차장은 금연구역에서 제외됐다.

전주시보건소 관계자는 “금연아파트에서 흡연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실적은 없다. 다만 담배로 인한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3차례씩 2인 2개조를 꾸려 지속적으로 지도점검을 벌인다”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규제에 앞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만큼 금연구역에서 흡연은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전주지역에는 모두 3곳의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로 지정됐다. 거주 세대 과반의 동의를 받아 신청, 지정하는 금연아파트는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에서의 흡연을 규제한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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