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숙 전라북도 경제산업국장
새 정부와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와 소통 행보가 연일 언론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대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지만, 상식적 언행과 공감의 정치에 목말라하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올 만하다. 상처받고 지친 민심에게는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당분간 필요하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 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식 지배구조에서 벗어난 지방분권이 절실하다. 아울러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진전된 균형발전정책이 복원돼야 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볼 때 국토의 12%인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50%, 100대 기업 본사 95%가 몰려있고 지역총생산액(GRDP) 49%, 총 사업체 47%가 집중돼 있다. 지역정책이 낳은 불공정한 결과이자 지방 양극화의 슬픈 현주소다.
결과지상주의에 경도된 공리주의에 집착해 능률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해 온 지방정책은 수도권 중심의 성장전략과 불합리한 광역권 설정 등으로 지역 불균형 구조의 심화를 초래했다. 정작 중요한 형평성과 공평한 분배는 외면당해 왔다. 이로 인해 지방의 인구는 내리막길로 들어선지 오래됐고 지역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와해와 지방소멸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다. 우리 모두는 국민이기 이전에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다.
희생과 배제를 전제한 왜곡된 능률성과 효율성에 기반한 낡은 지역정책에 비판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할 때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경제적 환경변화 속에서 지방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의 기울어진 지역 간 산업적 토대 위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일 수 도 있지만 지방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지역정책의 혁신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해법은 제대로 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있다. 특히 부당한 소외와 차별을 받아 온 우리 전북의 입장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중차대한 의제다. 우리 도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전북 몫 찾기’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상대적으로 강력한 지방정책을 추진한 참여정부를 계승 발전하겠다는 확고한 지방분권 의지를 천명해 왔다. 선거기간 동안에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와 ‘지방분권개헌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방분권의 핵심 공약으로 4대 자치권 보장,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정부로 개칭, 광역단체장 자치국무회의 신설, 국세와 지방세 비율 6대 4 수준으로 개선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취임 후에는 지자체장 출신 총리 후보자를 내정했고 청와대에 자치분권·균형발전 비서관을 신설했다. 지방분권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반가움과 함께 행정의 역할에 대해 되새김 해 본다. 지방행정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복무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재정과 권한을 과잉 점유하고 있고 수도권 중심의 지역구도 안에서, 행정의 역할에 충실한 특색 있는 지역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존재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이야 말로 지방행정의 역량과 자발성·창의성을 제약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희석시켜 지역의 독립적 성장 토대를 약화시켜온 적폐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정치적 수사나 말의 성찬으로 그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온전히 추진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야권과의 협치를 통해 초당적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지자체 또한 지방혁신의 주체로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방분권 로드맵 마련 등 지방분권이 조기에 가시화 될 수 있도록 능동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와 함께 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2년이 지났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키고 국가 발전과 전체 국민의 행복을 높이는 마중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