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9월26일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CBS 스튜디오에서는 역사적인 TV토론이 벌어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존 F. 케네디와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 간의 대결이었다. 이 자리에서 케네디는 당시 부통령이던 닉슨을 몰아세웠다. 40대 초반의 젊고 패기  만만한 케네디는 정부 당국의 무능한 경제정책들을 공격했고 닉슨은 이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뿐만 아니라 태도에서도 케네디는 활력과 자신감에 넘친 반면 닉슨은 어딘지 위축돼 보였다. 결국 이 토론이 승부를 갈랐다. 선거 결과 케네디는 예상을 뒤엎고 근소한 차이로 닉슨을 눌렀다.
  이듬해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 연설도 그의 인기를 한껏 드높였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베풀 것인지 묻지 말고, 우리 모두가 손잡고 인간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의 취임 연설은 역대 대통령 취임 연설 중 최고로 꼽힌다.
  이렇게 케네디는 명 연설가이자 결단력이 있고 거기에 잘 생긴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가톨릭 신자여서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벗어나 있었지만 그의 개인적 아우라와 출중한 리더십은 그를 우상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에게는 늘 ‘미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지난달 29일은 케네디의 탄생 100주년이었다. 그의 고향과 대도시서는 이를 기념해 각종 행사가 열렸다. 미국 우정공사는 대선 캠페인 시절 젊은 케네디의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를 발행했고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는 묘소에 헌화 행사가 치러졌다. 또 보스턴 케네디 도서관은 이날 하루 무료 개방하는 등 이벤트를 열었다. 언론들은 특히 트럼프 현 대통령과 비교를 통해 케네디의 겸손과 자제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데이비스 하우크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는 “젊은 이상주의와 희생을 강조한 케네디의 부르짖음은 짧은 기간 대통령직을 넘어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고 기렸다.
  케네디는 오늘날까지 미국 사회의 영원한 우상이다. 젊고 매력적이고 우아한 이미지에다 빼어난 언변과 글 솜씨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리더였다. 그러니 신비로움에 감싸인 스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캐릭터는 트럼프 현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우리에게도 이런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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