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참모들에게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라고 지시한 배경엔 호영남 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스스로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현재의 급박한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호영남 벽을 허무는 것처럼 급박한 현안은 없다. 역대 정권에서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선거 때만 되면 호영남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가야사는 호영남 벽을 허물 수 있는 단초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가야는 경남 일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가야의 문명은 남원에 이어 장수군까지 발굴되고 있다. 백제와 신라, 호남과 영남의 뿌리다.
백제와 신라에 가야는 대립을 벗게 하는 완충지로 볼 수 있다. 백제=호남이라는 등식은 가야에서 깨지기 때문이다. 백제가 융성하게 된 것은 가야의 철문화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지난해 본사에서 주최한 ‘전라북도 백제를 다시본다’ 학술 세미나에서 여러 학자들이 밝힌 내용이다. 장수가야의 철문화는 백제 존재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장수군 남양리에서 시작된 철산개발이 후백제까지 계속된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전북 동부지역에 큰 관심을 두었던 백제왕들은 백제를 중흥으로 이끌었고, 백제 최고의 전성기 을 이끈 근초고왕은 남원운봉고원을 통과하는 백두대간 치재로를 따라 남정해 가야 7국을 평정하고 운봉고원의 니켈철로 칠지도를 만들어 왜왕에게 보낸 것으로 보았다.
전북도는 도내 동부지역 중심으로 한 가야사를 심층적으로 발굴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장수군만 가야문명 발굴에 힘쓰고 있을 뿐이다. 장수군의 가야정책은 호영남의 벽을 허무는 시발점인 셈이다.
우리 고대사는 삼국사 중심으로 연구되다 보니, 삼국사 이전의 역대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안 된 측면이 있다. 가야사는 신라사에 겹쳐서 제대로 연구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야사는 경남을 중심으로 경북까지 미친 역사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섬진강 주변 뿐 아니라 남원, 장수군 일대까지 맞물려 있다. 금강 유역까지도 유적들이 남아 있다.
전북에서 가야사를 백제사와 함께 연구하기 시작한 것처럼 정부도 가야사를 호영남이 공동사업으로 연구하게 되면 호영남 벽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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