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를 두고 흔히 잊혀진 나라, 잃어버린 역사라고 말한다. 기원 전후부터 6세기까지 존속한 가야는 현재의 경남 대부분과 경북 일대 그리고 호남 일부까지를 포함한 넓은 영역을 차지한 나라다. 또 철 생산과 교역의 중심 그리고 여러 문명의 융합을 통해 동북아 교류 중심에 우뚝 선 선진 국가였다.

원래 가야는 변한 12국이 발전해 이룬 나라로 소국들이 연맹체를 만들어 성립한 정치체제였다. 전기 가야에서는 금관가야가 그리고 후기 가야에서는 대가야가 맹주국이 돼 정치 경제적으로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특히 5세기 후반에는 그 영역이 소백산맥 서쪽까지 확대되는 등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역사는 가야사에 대해 매우 인색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아주 간단하게 언급되고 소수 중국 문헌에 이름이 보이는 이외에는 사실상 신비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가야가 통일된 중앙집권 국가로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웃인 백제와 신라의 틈바구니에서 늘 존립에 위협을 당하던 터라 독립국가로서 면모가 잘 갖춰져 있지 못했다. 또 한편으로는 6백년의 꽤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임나일본부설 등 일본과의 관계가 좀 모호한 구석이 있었다.

가야사는 그러나 최근 적극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가 됐다. 과거 가야 소국들이 자리잡았던 곳에서 대량의 유물이 쏟아져 나오는데다 그 문화 수준이 매우 높았으며 국제관계에서의 역할도 지대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영토를 갖고 있어서 이 또한 주목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가야사 복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가야사와 관련 해 “고대사가 삼국사 이후부터 다뤄지다 보니 연구가 제대로 안 된 측면이 있고 특히 신라사에 덮여 그런 면이 있다”며 “보통 가야사가 경남을 중심으로 경북까지 미치는 역사로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광양만, 순천만, 금강 상류 유역까지도 유적들이 남은 아주 넓었던 역사”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면서 “영호남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가야사는 여러 면에서 재조명을 필요로 한다. 특히 한반도와 중국, 일본 사이에서 이뤄진 활발한 해양활동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래서 4-6세기는 삼국시대가 아니라 사국시대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영호남을 아우르는 영역에 걸쳐 있는 가야는 지역화합에도 한 몫 할 수 있다. 모두들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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