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군산을 비롯한 제주도 등 전국 각지 가금류 농장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발생해 AI 의심 농장서 또 다시 대량 살 처분이 집행됐다. 지난 달 31일 AI가 종식됐다며 특별방역기간을 종료한지 4일 만의 일이다.
  AI 재발이 의심된 군산의 가금류 농장서 1만3400마리의 오골계와 토종닭 병아리 등이 즉각 살 처분 매몰됐다. 이 농장서 가금류를 사간 뒤 일부가 폐사한 제주도를 비롯한 경기 파주 경남 양산 부산 기장 등 전국 각지 농장서도 닭 3만6000마리가 살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째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판단하고 특별방역기간 종료까지 선언한 AI가 때 아닌 여름철에 재발되어 확산되고 있다. 곧바로 다시 종식될는지, 아니면 계속해서 확산되고 피해가 확대되어 갈는지 누구도 예측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할 때, 이번에도 과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조차 그간의 과정과 경험에서도 사실상 입증이 되지 않은, 일정 구역 내 가축들을 무작정 생매장하는 이른바 예방적 살 처분 방역방식이 그대로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3년과 2000년 이후 AI와 구제역이 거의 주기적으로 발생해 우리의 가금류와 우제류 축산업이 궤멸상태나 다름없을 정도로 혹독한 피해를 입어왔다. 그런데도 발생 원인과 전염경로 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효과적인 대응책의 마련이 없이 무작정 대량 살 처분만을 능사로 반복해오고 있다.  
  AI 병원체와 전파 경로 등의 규명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축산업계의 후진적 가축사육 환경은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그대로 둔 채 AI와 구제역 등이 발생하면 무작정 살 처분 매몰한 뒤 천문학적 국가예산으로 보상을 반복하는 후진적 대처가 더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후진적 가축사육 환경의 당장의 현대화가 어렵다면 우선 일정 범위 내 가축을 무작정 살 처분 매몰하는 대신 발생 농장만의 선택적인 살 처분만으로도 피해의 확대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살 처분을 거부한 익산 동물복지농장의 사례가 말해주듯 무차별 살 처분 방식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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