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믿습니까?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GDP성장률도 나쁘지 않고 수출도 잘 된다고 하는데.. 취직은 어찌 점점 더 어려워집니까. 일자리는 왜 안 늘어납니까?”

대학 강의 도중, 어느 한 학생의 질문이다.

“음..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취업계수’라는 게 있다. ‘10억원상당 재화 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를 말하는데.. 10여년전 25% 수준에서 2015년도에는 17.4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되리라 본다. 공장자동화설비가 주원인이지만,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 일자리는 더욱 더 줄어들 것이다. 특히 제조업의 취업계수는 서비스업의 절반 수준이고, 대기업의 취업계수는 중소기업이나 창업의 5분의 1 내지 10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4년(11~14)간 늘어난 일자리 약 180만개의 거의 대부분(97%)은 중소기업이 만든 것이고, 국내 GDP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기업(상위 20개 기업)의 총고용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례로,  2014년 삼성전자가 중국시안에 7조원 들여 반도체공장 건설했다. 2014년도 제조업 취업계수가 10정도 였으니까, 이 계수를 적용하면 7만명의 일자리가 생겨야 하지만 실제로 늘어난 일자리는 2,000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의 수출대기업이 주도하는 국가총생산(GDP)위주 성장으로는 일자리창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정부가 투자하는 사업평가에서 일자리창출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나로서는 해명 아닌 궁색한 변명을 해야 했다.

“앞으로는 일자리창출효과가 큰 중소기업, 창업위주의 성장을 하겠다”는 문재인대통령의 말씀에 크게 공감하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폐여부가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다루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전국 17개 시․도에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신생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각종 의혹에 휘말려 일각에서 폐지될 거라는 추측이 있어왔기 때문에 기존 체계와 역할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중소기업, 창업위주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근본철학은 다르지 않다. 창조경제를 제조업위주의 대기업과 연결시킨 박근혜정부의 잘못을 시정해 나가면서.. 신산업, 신기술 분야의 벤처창업과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보다 더 강화해 나간다면 좋은 일자리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 위치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북도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탄소소재 중심 특화산업 육성과 전통문화 및 농식품 분야 마케팅에 집중해 왔다. 또한 작고 젊은 창업, 중소기업 혁신, 지역특화사업 육성, 고용존 운영 등 크게 4가지 부문에 역점을 두어 왔다. 창업보육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아이디어 사업화 전(全)단계에 대한 원스톱 지원, 지역 대학들과 함께하는 청년창업허브 구축에도 힘써왔다.

창업·중소기업 178개사를 발굴·지원하여 투자유치 156억 원, 매출 562억 원, 신규고용 255명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 창조경제혁신펀드 505억원을 조성하고 14개 기업에 134억 원을 투자하는 등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격고 있는 청년실업 증가와 인구감소라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짧은 기간 적지 않은 성과로 우리 지역의 창업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과 벤처 경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치 여부 및 운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산돼야 할 이전 정권의 잔재로 인식하거나 적폐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 정부의 산물이지만 창업으로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하려면 일부 기능은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판은 바뀌더라도 기능은 유지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참여의 폭과 개방성을 높이고 민간 주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나, 센터 성과에 따른 광역단위 통폐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수도권과 비교해 외형 측면에서 실적이 미진한 지방 센터들의 존폐가 불투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폐합을 전제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조적 창업환경 격차와 지역 창업 거점으로서 지방 센터의 역할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 신설된 일자리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질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새 정부 최상위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고  창업생태계의 주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형규 전주대 창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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