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당장 오늘 저녁 밥상부터 걱정입니다.”

7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평화동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최금난(44·여)씨의 하소연이다. 정육 코너를 살피던 최씨는 결국 생선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최씨는 “가족들이 닭이나 계란 요리를 좋아하는데 AI 소식이 들리면서 닭을 조리하기 부담스럽다”며 “당분간 닭이나 계란 요리는 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른 대다수 주부들 역시 닭이나 계란을 기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정오께 전주시 효자동에서 삼계탕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모(52)씨는 평소보다 부쩍 줄어든 고객들의 발길에 속이 타들어갔다. 황씨가 운영하는 삼계탕 음식점은 인근에 관공서와 사무실이 많아 평소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손님들이 몰려오곤 했다. 직장인들로부터 맛집으로 통하는 해당 음식점도 AI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가축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반복되는 경영난에 폐업까지 고민했다. 황씨는 “확실히 발길이 줄었다. 점심시간이고 하니 손님들로 북적대야 할 시간인데 파리만 날린다”며 “AI 뉴스는 우리 같은 식당 업주들에겐 직격탄이다. 여름 대목 전 하루 빨리 진정되길 바랄 뿐이다”고 한탄했다.

치킨 등 외식 업계도 AI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날인 6일 오후 10시께 전주시 삼천동 한 치킨집도 다른 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날이 더워지고 FIFA U-20 월드컵과 프로 야구 경기 등 스포츠 경기로 맞은 호황도 잠시였다. 업주 임모(53)씨는 “느닷없는 AI 때문에 날벼락을 맞았다. 평소 걸려오는 주문 전화에 절반가량이 줄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날 전북 지역은 AI 확산 여파로 인해 뒤숭숭한 모습을 보였다. 주부 등 시민들은 먹거리 불안감을 호소했고 삼계탕이나 치킨 등 관련 외식 업계는 느닷없는 날벼락에 된서리를 맞았다. 해당 바이러스인 H5N8형은 인체 감염사례가 없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안내는 시민들의 불안을 종식시키기엔 역부족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AI 감염 예방을 위해 ‘75도 이상 고온에서 5분 이상 조리’ 등을 안내했다. 또 AI 발생 농가를 방문하거나 야생 조류 사체를 접촉한 뒤 10일 이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관한 지역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99)로 신고를 당부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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