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 미래를 연다.

지난 2000년, 수입품에 밀려 명맥단절 위기에 까지 몰린 전주한지를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그동안 많은 계획이 세워지고 추진됐지만 현재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가 한지산업육성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전통한지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노력과 진행상황을 점검해 본다.

  지난해 11월 전주시는 ‘전주한지산업육성 기본계획을 위한 전주 전통한지 발전방안 대토론회’를 마련했다.
  기본계획 추진배경은 기존 한지산업 정책의 점검과 향후 한지산업의 추진방향 설정.
  전주시는 먼저 전주 한지산업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전통한지의 위기 요인은 4가지였다.
  첫 번째는 한지 원료 수요 변화에 따른 닥나무 생산량 감소가 문제였다. 한지는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값싼 중국 종이와의 가격 경쟁에 밀리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비싼 국산 닥나무 수요가 줄었고 이는 국산 닥나무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한지제조방식의 변화. 제조자의 고령화 함께 산업화 영향으로 전통한지 제조 방식인 외발뜨기(흘림뜨기)가 사라진 것. 대신 일본에서 들어 온 대량생산과 큰 규격 한지 생산이 가능한 쌍발뜨기(가둠뜨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외발뜨기는 강도가 우수하고 양질의 한지가 제조 가능하지만 반자동화가 불가능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술 습득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전주한지의 주 제조방식인 쌍발뜨기는 반자동화가 가능해 생산량이 많고 큰 종이를 뜰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질기기 못하다.
  세 번째는 문화재 보존·보수 용지의 생산량이 적다는 것이다. 현대 생활에 적합한 융복합 제품 생산에만 주력하다보니 기존 전통한지제조방식의 제품 생산에는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국 최고의 한지를 생산했던 전주가 이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통한지 제작방식의 문화재 보존·보수 용지의 생산량이 적어지는 역전 상황이 벌어졌다.
  네 번째는 국가지정 및 도지정 한지장인이 전주에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전통하나만을 계승하기 위하여 열의를 쏟는 장인형 기업 대신 산업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기업적으로 경쟁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며 자칫 단순 제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는 전국에서 장용훈(가평), 홍춘수(임실)등 2명이며 도지정문화재는 경북 이자성과 김삼식, 충북 안치용과 황동훈 등 모두 4명이다.
  전주시는 이러한 문제점 진단을 바탕으로 한지산업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시는 ‘전통문화자원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 패턴 보장의 책무성 있는 한지(K-Paper) 문화산업 도시 고도 조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추진전략으로는 ▲인간(전통계승차원에서의 현재와 미래세대의 수요를 지원) ▲환경(전통산업 보존·보호, 지속가능한 전통자원 관리,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번영(전통산업과 함께하는 경제, 사회, 기술의 진보 보장) ▲수익(고품질에 따른 수익 보장) ▲파트너쉽(글로벌 파트너쉽을 통한 전통산업의 잠재력 실현)을 수립했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전주 한지산업육성 로드맵 22대 전략 분야’를 선정했다.
  특히 22개 전략을 ‘전통 계승 로드맵(장인형 기업)’과 ‘산업화 로드맵(개척자형 기업)’으로 구분 지은 것이 큰 특징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되는 한지(10개)와 반자동화를 통해 생산되는 한지(12개)를 구분지어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장인형 기업의 첫 번째 사업은 한지장인 지정. 전주시는 전통한지의 계승·발전을 위해 제정된 조례에 따라 지난 3월 최성일, 김인수, 김천종, 강갑석 등 4명을 전주한지장(韓紙匠)으로 지정했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한지장인 선정·지원에 나선 지자체는 전주시가 처음이다. 한지장인 지정은 전주시가 전주 전통한지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한지장인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지장인이 정착되는 단계에서 후계자 양성도 지원할 계획이다.
  전통한지 제조시설 구축을 위해 현재 국비와 시비를 포함 5억 원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주요 원료인 국산 닥나무의 안정적인 생산 공급을 위해 농가들과 계약재배에 나섰고 전통한지의 소비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상장 등 소비처를 발굴에 힘쓰고 있다.
  특히 전통한지를 활용한 복본화(원본 그대로 복원) 사업은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전주시는 이미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전주전통 한지에 복본(複本)한 바 있으며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전라감영에서 간행되었던 완판본 서적 70여 권에 대한 복본화 사업도 추진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3대 박물관인 프랑스 루브르에 소장된 문화재(‘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Bureau de Maximilien de Baviere) 2세 책상’) 복원에 사용되는 쾌거를 목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기본 계획과 실행은 산업 경쟁력이라는 이름 아래 명맥 유지가 힘들었던 전주 전통한지를 다시 살려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임현아 전주한지산업센터 실장은 “전주시의 ‘전주한지산업육성 기본계획’은 철저한 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한 로드맵이다”며 “초기 출발이 순조로운 만큼 이 계획을 통해 전주 전통한지의 명성을 되찾고 발전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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