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생존 절벽’까지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까지 맞물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출금과 가게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원을 손에 쥐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빚을 내서라도 자영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은 왜 알면서도 이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 드는 것일까.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과 구조를 알아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서민경제의 근간 ‘자영업’ … 경기침체와 매출액 감소 등 ‘생존위기’
호남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전라북도 자영업자 수는 25만1000여명.
도내 경제활동 인구 93만3000여명 가운데 실업자를 제외하고 3~4명 중 한 명이 자영업자라는 얘기다. 이들의 부양가족까지 포함하면 도내 인구 186만 명 중 80만 명 가까이가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서민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액 감소 등 수익성의 악화로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전북에서만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2만여 개. 특히, 이들 대부분은 소규모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으로 과도한 부채와 저소득에 신음하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식자재 가격 상승, 치솟는 임대료, 경쟁업종 증가 등…‘악전고투’ 속에서 ‘폐업카드’ 만지작
“매출만 빼고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지난 5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일반 음식점의 주요 식자재들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계절에 따라 최대 60%까지 상승했다. 식자재 가격의 상승은 인건비와 함께 마진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원인이다. 아무리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해도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율 감소는 자영업자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급상승한 ‘식당 물가’와 함께 법정월세인상한도를 무색케 할 만큼 매년 오르는 임대료 또한 자영업자들에게는 시한폭탄이다. 일명 전주의 ‘핫한 상권’으로 불리는 전주 효자동 신시가지와 중화산동, 삼천동, 송천동 등은 상가 수요가 늘자 보증금 및 월세를 2~3년 새 2배 가까이 올리는 곳도 적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업 문턱이 비교적 쉬운 치킨집과 커피숍 등 요식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쉬운 창업’으로 인한 경쟁업종의 증가가 ‘쉬운 폐업’의 길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집단 폐업을 가져온 대왕 카스테라처럼 먹거리 창업 시장에선 한순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도 금세 자취를 감춰버리는 아이템이 수두룩하다. 유행하는 모습에 ‘끝물’에 창업했다 손해만보고 문을 닫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만만한 창업 ‘커피숍’과 ‘치킨집’?…잘못하면 ‘코피’와 ‘낙동강 오리알’ 신세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려해 봤을 아이템인 커피숍과 치킨집.
실제로 도내에서 가장 창업이 빈번하고, 폐업률 또한 높은 업종이 이들 두 곳이다.
 지난 달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이 발표한 ‘전북 외식업 실태와 지원방안’에 따르면, 2017년 2월 도내 치킨집은 2,422개이며, 커피숍은 3,523개로 조사됐다. 연도별 업소 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에 치킨집은 1,550개에서 56.3% 증가, 같은 기간 동안 커피숍은 2,130개에서 65.4%가 증가 각각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커피숍의 수익성이나 생존률이 현저히 낮아 폐업이 속출 할 수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특히 치킨집의 경우, 2월 한 달 동안 39개가 창업해 1.6%의 창업률을 보인 반면, 폐업은 61개로 2.5%의 폐업률을 보였다. 이는 창업률에 비해 1.6배 높은 수치다.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는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은 계속 증가하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자영업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요가 한정된 시장에 공급이 넘치면 필연적으로 과열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증가하는 자영업자 수와는 대조적으로 매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매출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커피숍 월평균 매출액은 1,370만원으로, 전체 소상공업종의 전체 평균 3,782만원의 36.2%에 불과했다. 이는 음식점 전체 평균 2,124만 원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김영란법으로 평균 매출·고용 10%↓…소상공인 “3·5·10 대신 6·12·13”
 수년간 지속된 경기불황과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은 매출감소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됐다. 최근 자영업자들은 소비침체로 인한 매출부진의 주원인이 ‘김영란법’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엽합회가 최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전후 소상공인 경영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 김영란법으로 소상공인 및 소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각각 10%, 9.6%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감소와 함께 고용 또한 감소했는데, 이는 인건비를 줄여 매출하락에 대응한 업체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김영란법 시행 후 경영상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61.4%가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62.7%는 법의 개정·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음식물과 선물 등에 관한 가액범위 기준 현실화’를 꼽은 응답이 64.8%(복수응답)로 가장 높았다.
 현행 가액 범위(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가 적정하지 않으며, 적정 희망 가액에 대해 조사해 평균을 낸 결과 음식물 6.3만원, 선물 11.5만원, 경조사비 12.6만원으로 조사됐다. 음식물과 선물의 경우 가액 한도를 두 배 이상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시행중인 가액 범위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고 지속적으로 법을 개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대출 경제 뇌관으로 부상…과밀업종·과밀지역 창업자 대출 제한
480조원.
전국의 자영업자 570만 명이 보유한 부채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노년층뿐만 아니라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층까지 생계형 창업에 몰려들면서 자영업자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야말로 ‘빚더미’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빚이 늘어난 건 대부분 종잣돈 없이 생계형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겁 없는(?) 이들의 도전은 또 다른 가계부채의 화약고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빚을 갚을 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 매달 임대료와 이자만으로도 대출 원금을 갚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 금리까지 오르면서 이들의 부담은 날이 불어나고 있다. 장사는 안 되는데 매달 대출 이자 부담에 허덕이면서 폐업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경우가가 부지기수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영업자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 은행들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하도록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만드는 과밀업종·지역 선정 기준 등을 참고해 과밀지역 창업자에게는 가산 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단 치킨집이나 커피숍 같은 과당 경쟁 업종을 과밀 지역에 창업할 경우 대출할 때 가산 금리를 매기거나 대출한도를 조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자영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창업지원이 주를 이룬 탓에 창업문턱을 너무 낮추는데 일조해왔다. 준비 없이 창업한 생계형 자영업자는 빚을 내서라도 안 되는 사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장사는 계속 어렵고 빚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창업 공화국’ 속에서 생존…절박함 보다 ‘준비’ 또 ‘준비’뿐
 살아남는 자영업자와 반대의 경우를 보면 차이는 ‘경쟁력’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창업 전 철저한 준비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창업을 막을게 아니라 무분별한 창업에 제동을 걸고 창업에 앞서 철저히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창업 정보에 어두운 영세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재창업할 때 기존 업종을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예비 창업자들이 과밀업종을 피하고 ‘블루오션’ 업종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유망업종에 도전할 수 있게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과 맞물려 다양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제도가 준비돼 있지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앞서고 창업 교육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창업 준비 과정에서 창업 후 경영 전반에 대한 고려보다 아이템 선정을 더 중요히 여기는 탓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5 창업기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교육을 이수하고 창업한 이들은 15.4%에 그쳤고, 창업까지 평균 준비기간은 9.1개월에 불과했다. 창업 결심부터 실행까지 속전속결인 셈이다.
 이처럼 창업 후 실패 가능성을 덜기 위해선 창업 교육 이수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창업진흥원과 같은 창업 관련 지원기관이 운영하는 ‘상생 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 ‘창업 인턴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등 다양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면 창업 이후 경영에 보탬이 되는 마케팅 전략, 자금조달, 위기대응 등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별 차이는 있지만 창업 자금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전북중기청 창업성장지원과 관계자는 “고용불안,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생계형 창업자들이 늘게 돼 창업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창업 준비 과정부터 실무적인 창업 교육을 받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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