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한국언론사협회 문화예술위원장)
전남 순천에서 도시의 미래전략을 기획하는 워크숍이 있었다. 아시아생태문화수도로 선포한 순천은 천혜의 자연조건과 전통 문화적 환경에다 정원이라는 개념을 접목해 차별화된 도시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말하자면 ‘문화예술중심도시 순천’을 완성시키는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전반적으로 도시를 포함하여 현대의 모든 비즈니스는 치열한 경쟁 가운데 남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많은 것 중의 하나’로는 경쟁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블루오션은 아직 개척이 되지 않은 잠재적인 시장 공간으로 새로운 수요 창출과 고수익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정의됐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무한경쟁의 처절한 싸움을 벌였던 이른바 레드오션과 대비되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블루오션은 어느 경우에는 기존 산업의 경계선 밖에서 새롭게 창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레드오션으로부터 기존 산업을 확장하여 이루어진다. 이 전략은 날로 경쟁이 첨예화되어 가고 있고, 공급 과잉과 같은 요소들이 비즈니스를 갈수록 더욱 어렵게 함으로써 필요해졌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전래적인 고정관념의 도식에서 벗어나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다.
결국 블루오션은 모방이 가능한 기술과 디자인보다 모방이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 적용된다.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통해 진정한 차별화를 모색함으로써 경쟁 상황을 헤쳐 나가는 지혜다.
기본적으로 문화예술상품은 기술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일반상품과 다르다. 창의성을 갖는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그 독특성으로 인해 이미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시장의 형태는 오히려 한정된 관객층을 두고 철저하게 경쟁하며 싸움을 벌어야 하는 레드오션과 다름없다.
즉 날로 늘어나는 문화예술기획사와 다양한 장르의 작품 공급 과잉, 그리고 대중화된 오락물들의 범람으로 인한 관객 취향의 변화 등은 문화예술기획도 어떻게 보면 레드오션의 범주에 속하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시장의 개념을 꼭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으로 이분화 시킬 필요는 없다. 엄밀하게 말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문화예술상품을 기본으로 새로운 발상과 생각의 전환, 곧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차별화된 시장을 개척하는 이른바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퍼플오션 개념은 홍콩의 컨설턴트인 조 렁 박사에 의해 창안되었다. 종전의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양극 개념으로만 봤던 시장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기업의 성공은 퍼플오션 전략을 구현해낸 결과였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전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상품에다 새로운 착상을 부가하여 고객이 찾는 상품을 개발하라고 독려했다. 말하자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덧붙여 독특한 제품으로 생산해내는 퍼플오션의 창의적 전략을 내세웠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명실상부하게 순수 문화예술기획사들이 아직 성공한 기업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경쟁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전략을 구사한다면 문화예술 분야도 생활수준의 격상과 확대되는 경제 규모 속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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