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성이자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느린 걸음으로 따라가 본다.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 3탄으로 지난 7일부터 25일까지 ‘즐거운 일기’를 열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서학동사진관을 응원하고 우정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세 번째 기획에서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성과 삶을 담아온 5인을 초청한다.

박영숙 작가는 여성WOmen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인 ‘우마드WOMAD’를 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해 줄 21세기 여신(女神)으로 설정한다. 풍요, 사랑, 분노, 죽음 부문별 여신들은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 여성의 이미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하고 화려하다.

김옥선 작가는 외국인 남편과의 결혼생활부터 성별, 국적, 인종 같은 관습적 경계를 넘어선 관계까지 차이와 화합을 긴장감 넘치게 재현한다. 이민지 작가는 외할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를 좇는다.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을 수집, 재구성해보려는 이미지의 부유는 애도와 그리움 그 자체다.

하시시박 작가는 남편, 아이와의 작은 순간마저 붙드는데 1인 가족과 N포 세대가 늘어나는 세태와 달리 가정이 가진 긍정의 의미들로 가득하다. 황예지 작가는 자신의 현재를 이미지화해 스스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에서 출발한 작업은 보는 이의 삶,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한국 현대 사회의 고민 등 폭 넓은 생각들로 이어지고 있다.

김지연 관장은 “한국 여성 사진작가의 계보를 써보려는 시도는 아니다. 다만 각 세대의 고민과 이미지에 대한 의식, 어떤 변화와 흐름에 대해 노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취지를 전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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