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연약한 촛불은 제 몸을 불사르며 온누리를 환히 비췄고 평범한 사람들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돼 세상을 바꿨다.

지난해와 올해 초 저녁 무렵이면 촛불을 들고 나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분명히 하고 평화시위란 이런 것임을 보여준 ‘촛불집회’. 23차례 동안 1,6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한 역사의 현장이 한 국민의 시선에서 기록됐다.

사진가 오준규 씨가 펴낸 촛불항쟁 사진집 <촛불로 기록한 역사>(문화발전소)에는 국정농단, 전 대통령 탄핵 등을 이유로 2016년 10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중 서울 광화문과 전주 관련 200여점이 실려 있다.

이미 많은 사진가들과 기자들이 촬영했음에도 출간한 이유는 두 가지다. 촛불시위 과정부터 탄핵, 조기대선 결과까지 관찰하고 기록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둔필승총(鈍筆勝聰‧글씨가 서투른 사람의 기록이 총명한 기억보다 낫다)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듯 기억보다 기록이 말해줄 거란 판단에서다.

같은 상황을 지켜보더라도 저마다의 시선과 의견이 존재하는 것처럼 오 작가가 바라본 촛불집회는 또 다른 관점과 생각을 제공해서 뜻깊다. 20여 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1998년 독학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하고서 관심사인 인간과 사회를 담았다.

‘비주류를 고집하고 사람은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시각예술을 통한 복지사업에 힘 쏟았다. 2009년부터 9년 간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어린이 위탁가정 1039세대의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2011년에는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는 천안함 침몰 1주기 특별전을 가졌고 2009년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전을 열었다. 올해 3월에는 전주 향교에서 ‘촛불을 기록한 사람들 63인’전을 개최했다.

1인 1미디어 시대,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진이 사회적 도구로서 기능한다는 차원에서 전국 공모한 63명의 사진 160점을 받아 그대로 전시한 것. 이는 개인 사진집으로 이어졌다.

책에서는 집회를 멀리서 혹은 가까이 바라본다. 조그마한 불빛이 한데 모여 세상을 밝게 비추는 등 어둠 속 빛을 통해 절망 속 희망을 말한다. 추위와 불편, 피곤함을 무릅쓴 채 제자리를 지키고 선 이들의 찰나는 아름답고 정의롭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열기와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전주 집회도 눈길을 끈다.

책머리에 쓴 촛불항쟁의 배경과 과정, 결과는 그것이 가진 역사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며 사진이 가진 감동과 울림을 더한다. 오 씨는 “2016_2017 촛불항쟁은 대한민국 역사에 민주주의와 평화, 헌정질서 유지를 위한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출생으로 현재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팀장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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