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봉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고 있다. 배우 김아중이 주연한 이 영화는 일본의 스즈키 유미코 원작의 만화를 각색한 것으로 7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못생기고 뚱뚱한 여주인공 한나가 성형수술을 통해 예쁘고 날씬한 제니로 변한 뒤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못생긴 한나는 가수로서 노래를 잘해도 늘 무시당하고 욕을 먹는 반면 예뻐진 제니는 웬만한 잘못은 모두 용서받고 또 격려까지 받는 다. 장르는 코미디지만 어딘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였다.

외모지상주의를 뜻하는 루키즘은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고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행태를 말한다. 구미에서는 2000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한 칼럼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뒤 공론화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 부쩍 논의가 많아진 이슈다.

몇 년 전 파이낸셜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한 결혼 정보업체가 매긴 등급표에 의하면 여성이 외모점수에 만점을 받으려면 기 170cm이상에 미인이고 안경을 쓰지 않아야 하며 몸무게는 55kg이하여야 한다. 또 남자는 키 185cm 이상에 몸무게 75kg 정도는 돼야 잘 생긴 축에 든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충족을 못하면 루저가 되고 마는 게 요즘 세상이다.

반면 내면의 아름다움은 한낱 넋두리 정도로 전락했다. 시인 칼릴 지브란은 “아름다움은 얼굴에 있지 않다. 그것은 마음속의 빛이다”고 했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다.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에만 취해 내면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일본에서 안대를 한 채 남녀가 만나는 암흑 미팅이 등장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의하면 도쿄의 한 이벤트 회사가 3쌍의 남녀가 참여한 가운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는 미팅을 열었다. 외모는 제쳐두고 말하는 태도나 악수, 매너 등을 보고 자신과 맞는 상대인지 판단하는 자리다. 상대의 외면보다는 내면에 집중해 결혼 상대를 찾는 행사였다.

사실 외모는 그 사람이 가진 여러 특징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마치 전부인양 여기는 게 사회분위기다. 한국은 특히 심해서 급기야 성형 공화국, 다이어트 공화국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일본의 암흑 미팅은 그래서 신선함을 준다. 과연 그 결과가 기대치에 이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시도 자체는 좋다. 외모 때문에 루저가 되는 세상은 아무래도 공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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