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동 욱(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주센터장, 경영학박사)

최근 자영업자 증가 폭이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창업의 열기는 여전하지만, 늘어난 창업자 수만큼 매출을 올리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많은 소자본창업자들 중에는 10여 년 넘게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초기 창업자들은 일단 눈앞에 보이는 수익만을 고려하여 수익성이 높은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적합한 사업 아이템은 가까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한 창업자들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50대 초반인 H씨는 에어컨 도소매업을 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막 6개월이 지났다. H씨는 회사를 퇴직하면서 과거 직장이었던 대기업 S전자 영업부의 경험과 장점을 활용해 창업을 했다. 그 결과 창업한 지 6개월 만에 무려 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다. 창업 전 강사로 일했던 Y씨는 직업 특성상 셔츠를 자주 입었다. 하지만, 장마철이면 셔츠가 꿉꿉하고 냄새도 나 불편했다. 그때 빨리 말리기 위해 빨래를 흔들었더니 생각보다 쉽게 건조되고 옷의 구김까지 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 경험을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한 그는 의류관리기를 구상, 그렇게 Y씨의 의류관리기가 탄생하게 됐다. 1분에 190회 진동이 가해지는 고성능 모터를 활용해 옷에 고른 힘과 진동을 주면서 옷을 건조하고 구김을 펴준다. 창업 4년 차, 작년 매출만 2억원 달성과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까지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 사업전망은 더 밝다고 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 작은 경험을 놓치지 않은 결과 창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례들이다.

이렇듯 적어도 10년 이상 한 분야에서 근무해 그 경험을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같은 분야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사업을 아웃소싱 형태의 사업이라고 한다.

굳이 구체적인 경험이 아니어도 좋다.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것들도 중요한 창업 원천이 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P씨는 국내 굴지의 광고기획회사에 다녔지만 평소에 자신의 일하는 분야인 광고보다도 음식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 관심은 P씨가 자연스럽게 전문가 이상의 정보력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P씨는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했던 음식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으며, 그 결과 현재는 체인점만 14개에 달하는 어엿한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님이 됐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박차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사업에 인생을 던진 결과이다.

소자본창업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사’라는 개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소자본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통한 정신적, 물질적 부를 증가시켜주며, 나아가 국가 전체의 부를 증가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소중한 자신의 경험을 밑천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