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없습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는 저임금을 받은 직장인 K씨(32·전주시 삼천동)의 푸념이다.

올해로 4년차 직장인 K씨가 받는 급여는 월 126만원 남짓이다. 하루 반나절 가까이 일한 대가로 받는 보수다. 부족한 인원이 주말은 고사하고 낮과 밤 구분 없이 일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은 제자리걸음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K씨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정해졌지만 사실상 무색하다. K씨의 알람은 오전 6시 30분에 맞춰졌다. 서비스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탓에 오전 7시부터 거래처로 향하곤 한다. 오후 6시 K씨는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더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퇴근 뒤로도 핸드폰 등으로 과업지시가 빗발치는 탓에 사실상 오후 8시까지 업무가 이어진다.

하지만 K씨의 머리에 새치가 늘어가고 주름이 생기는 동안 임금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물가는 천정부지 치솟았지만 K씨의 기본금은 10만원도 오르지 않아 동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부심 갖고 열심히 일해도 월급날마다 김새기 일쑤다.

K씨는 “미래는 고사하고 현재 삶도 제대로 꾸릴 수 없는 저임금 탓에 꿈도 없는 하루살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며 “급여가 올라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공공기관 공무직 근로자 P씨(33·전주시 평화동)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130만원 남짓 급여에 결혼은 남의 이야기다. 직장을 구하면서 따로 나와 살아 매달 주거비용으로 35만원이 지출된다. 그밖에도 식비, 교통비 등 정작 손에 쥐는 수입은 별 볼일 없다.

빠듯한 상황에 교통사고, 질병, 경조사와 같은 갑작스런 지출은 불청객이었고 지인의 결혼 소식에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도 돈 생각이 P씨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때문에 N포 세대라는 말이 절실하게 닿았다.

저임금에 따른 고단한 삶은 비단 K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북 지역 임금 수준이 전국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 4월 기준 도내 임금총액은 309만원으로 전국 수준보다 32만원 적다. 특히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100만원 미만 11.4%, 100~200만원 미만 33.8%, 200~300만원 미만 26.4%, 300~400만원 미만 14.2%, 400만원 이상 14.3%로 확인됐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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