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  성   수

문재인대통령 취임 후 '업무지시'라는 형식을 통해 시급한 혁신과제나 바로잡아야할 일들을 시의적절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내용적인 면은 물론 파급력 면에서도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5월 스승의 날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 2명에 대해 업무상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한 것은 스승에 대한 예우,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한 과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우리는 조직 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시시각각으로 수많은 정보의 홍수와 이해충돌 속에서 최적의 결정을 해야 할 때를 자주 맞이한다. 이른바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데 이는 개인이나 조직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능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그 중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한 가지 방안을 선택·결정하는 것이다. 많이 회자 되고 있는 세월 품은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소왕국 프리지아의 수도 고르디움 신전에는 매듭에 묶여있는 이륜전차가 있었는데, 신전의 제사장이 예언하기를 이 매듭을 풀고 마차를 차지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그 예언이 있은 후 많은 사람들이 매듭풀기에 도전하였지만 그 매듭을 풀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BC 333년 알렉산더가 페르시아 원정길에 올랐을 때 프리지아에 이르게 되었고 그 역시 매듭을 풀려고 노력하였지만 풀 수가 없게 되자 단 칼에 그 매듭을 잘라 버렸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알렉산더 대왕은 유럽에서 페르시아까지 동서에 걸친 대제국을 정복하게 된다.

(쾌도난마) 중국 남북조시대 북제의 창시자 고환은 아들을 여럿 두고 있었는데 아들들의 재주를 시험해보고 싶어 뒤얽힌 삼(麻)실 한 뭉치씩을 나눠주고 추려내 보도록 했다. 다른 아들들은 한 올 한 올 뽑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양(洋)이란 아들은 헝클어진 삼실을 칼로 잘라버렸다고 한다.

(왕의 초상화) 서양 어느 나라에 애꾸눈 왕이 초상화를 그리라고 했는데 한 정직한 화가는 애꾸눈을 그대로 생생하게 그렸고, 다른 화가는 정상적인 눈으로 바꿔 그렸고, 무명 화가는 정상적인 눈이 보이는 쪽의 옆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다고 한다. 앞의 두 화가는 초상화를 잘 그리려고만 했으나 세 번째 화가는 사실과 왕의 존엄을 살리는 측면을 조화롭게 그렸던 것이다.

매듭이나 삼(麻)실은 제대로 풀어보려 하면 할수록 자꾸 꼬이게 되어있다. 물론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풀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일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데 그래서 단칼에 매듭을 잘라 풀었다는 것이고, 초상화 역시 정직한 화가와 무명화가는 사실 그대로를 그린 점은 같았으나 무명화가는 왕의 정상 눈 쪽의 옆얼굴을 그려 사실과 왕을 배려한 그림을 완성하게된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다섯 번의 정부가 그때마다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약속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 달라진다"고 하면서 "국가주도의 속도감 있는 개발, 청와대 전담부서 신설, 공공주도 매립, 수송체계관련 핵심 인프라 구축" 등을 약속했다.

이들 사업을 속도감과 실효성 있게 추진하려면 여러 고비들이 있겠지만 앞서 예를 든 '고르디우스의 매듭, 쾌도난마'와 같은 발상의 대전환에 '왕의 초상화를 그린 무명화가'의 지혜로운 배려가 조화된다면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보는데, 실제로 취임 21일 만인 지난 5월 31일 새만금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는 굳은 약속을 보고 이제 '매듭풀기'가 시작했다는 큰 믿음이 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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