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미비한 탓에 가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은 하나같이 “국가가 나서 보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노인학대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4일 전라북도 치매광역센터에 따르면 도내 치매환자로 등록된 65세 이상 인구는 3만 9154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 34만 5505명의 11.33%를 차지했다.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환자로 판정받은 셈이다. 치매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오는 2020년에는 4만 3231명, 2030년 5만 7840명, 2040년 8만 5032명 등으로 추계됐다.

이처럼 치매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경제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방문 돌봄 서비스나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치매환자 가족들은 까다로운 심사 탓에 이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심사에서 탈락될 경우 지원 없이 적게는 120만원부터 200만원(간식비 등 간접비용 미포함)의 노인 요양시설을 이용하거나 가정에서 보살피는 등 개인으로 책임이 떠맡겨지기 때문이다.

치매환자를 둔 A씨(42·정읍시)는 “68세 아버지가 지난해 치매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 검사에선 정상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 가족들이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환자에 대한 부담이 가정으로 전가되면서 노인학대 등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전라북도 노인전문보호기관에 정서적, 경제적, 신체적 등 각종 이유로 2014년 252명, 2015년 316명, 2016년 337명이 노인학대 신고를 접수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까지 모두 168명의 신고가 접수됐다.

노인학대 신고뿐만 아니라 치매환자와 관련된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임실군 관촌면 인근 야산에선 치매 증상을 앓고 있는 조모(81·여)씨가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나 야산 0.01ha 가량이 그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지난 2015년에는 치매 증상을 앓던 부인 A씨(당시나이 59)를 한 달 가량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남편 B씨(74)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전주지검 형사1부는 지난 19일 B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와 관련 전라북도 치매광역센터 관계자는 “치매 증상을 앓게 되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 가족까지 힘든 상황이 이어진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치매 국가책임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사회 인프라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같이 나누겠다는 치매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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