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하면 부채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진상할 정도로 질 좋은 부채를 만드는 전라감영 선자청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에는 부채 장인 30명이 모여 사는 부채마을이 존재했고 오늘날에는 여러 도 무형문화재 선자장들과 이수자들이 맥을 잇고 있다.

2015년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도 차원 문화재에 머물러 있던 선자장 종목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로 지정되고,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김동식(75‧합죽선)이 첫 번째 보유자로 선정돼서다.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이 부채문화주간을 맞아 140년 간 부채를 만들어온 부채 명가의 후손이자 대한민국 1호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 김동식 씨의 초대전을 연다. 16일부터 7월 4일까지 문화관 지선실에서 이뤄지는 전시에서는 신작과 대표작 20점을 소개한다.

김 선자장의 작품은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으로 제작할 뿐 아니라 숙달된 기량과 조형적인 안목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외증조부 때부터 부채를 만들기 시작해 고종 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한 합죽선 명인 외조부를 거쳐 3대 라이선 라태순 라태용 선생까지…부채명가에서 8년 간 전통제작방식을 익혔다.

전수 당시 2부(골선부, 수장부) 6방(합죽방, 골선방, 낙죽방, 광방, 도배방, 사북방)으로 분업할 정도로 부채 산업이 활발했으나 독립 후 침체돼 모든 공정은 부채 장인의 몫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김 선자장은 기계의 혜택을 외면한 채 대나무 진을 빼는 과정부터 사복 처리 과정까지 전통 방식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기본적인 것들을 숙지한 다음에는 낙죽, 광, 도배 등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 예술성도 지닌다. 현재는 4대인 김 선자장과 5대인 아들 김대성이 함께 작업 중이다.

전시는 부채 ‘등’에 초점을 맞춘다. 부채 손잡이 가장 끝부분인 부채 등은 버선코 형태를 닮았으며 이는 직사각형 나무조각 짜구를 이용, 모양을 낸 다음 손질한 것이다. 주로 우족, 대추나무, 먹감나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붉은 색깔을 띠는 화목(火木), 연한 연둣빛의 유창목(癒瘡木), 연한 홍갈색인 주목(朱木)으로 제작했다.

김 선자장은 “대들보 역할인 부채 등을 뾰족하게 깎으면 부채가 가벼워 보이고 뭉뚝하면 부채 고유의 미를 해친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부드럽지만 섬세한 등이 부채의 완성도와 미학을 더한다.

이와 함께 오십개의 살로 이뤄져 백번 접히는 오십살백(百)선, 선면에 황칠을 한 황칠선, 천연염료로 선면을 염색한 염색선, 선면에 비단을 붙인 비단선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2014)’에서 강동원이 칼을 든 하정우를 부채로 제압하는 장면에서 사용했던 합죽선도 전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7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선자장으로 지정됐으며 2015년 국가무형문화재 첫 번째 선자장으로 지정됐다. 063-231-1774~5 월요일 휴관, 무료/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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