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미디어는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종이가 발명된 것은 105년 중국 후한시대 채륜에 의해서지만 그 이전에도 파피루스처럼 종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미디어들이 존재 했다. 그런 만큼 종이 미디어는 인류에게는 가장 친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종이는 인쇄술의 발달과 맞물려 있다. 15세기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종이 미디어의 가치는 크게 올라갔다. 책과 신문이 대표적인 예다. 전보다 싸고 또 대량으로 발행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종이는 필수적인 품목이 됐다. 유럽에서 인쇄 형태의 첫 정기 간행물인 메르쿠리우스 갈로벨지쿠스가 나온 때가 1594년이고 다시 저널리즘의 시초라는 가제트가 창간된 때가 1631년이니 그 역사가 얼마나 오래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이후 종이는 여러 가지 미디어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미디어 제왕 자리를 지켜왔다.

다음은 금세기 초 영국 가디언지가 종이 신문 미래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이번 세기 벽두부터 전문가들은 요란스럽게 신문의 죽음을 공언해왔다. 라디오가 나오자 라디오가 신문을 죽일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TV가 대중 매체로 자리 잡자 이번엔 TV가 신문을 죽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그 어떤 새로운 미디어도 현존하는 미디어를 대체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 보완할 뿐이다.”

가디언의 말마따나 종이 미디어는 거대한 기술 변혁에도 나름대로의 생존 방법을 갖고 버텨왔다.

미국 타임지가 거센 모바일, 디지털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직원 3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 직원의 4%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난 2014년 500명을 감원한 데 이은 두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최고 경영자인 리치 바티스타는 “전체 비용구조를 혁신해 최대한 민첩하고 효율적인 기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는 동영상 등 부문이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올 1분기 지면 광고가 21%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많은 수의 신문이나 잡지들이 인쇄본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게 현실이다. 뉴스위크나 인디펜던트 등이 그 예다. 종이 미디어의 진짜 위기가 이제 시작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젊은 수용자들이 신문이나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제 종이 미디어들은 나름의 고유성과 상품 질 향상을 통해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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