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관장하는 중심은 뇌다. 뇌는 비록 1.4kg에 불과한 작은 부피지만 막대한 열량을 소모하며 정신과 신체를 움직인다. 그런데 뇌는 신체와 마찬가지로 노화작용을 한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40세가 넘어서면서 뇌는 퇴행 길로 접어든다. 나이 듦에 따라 뇌 세포가 죽어가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그리고 70대 이후가 되면 그 기능이 많이 떨어져 정상과는 조금씩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지 포브스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다양한 연령층의 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뇌는 시기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뇌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때는 18세 시기이며, 시각적 작업이나 기억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는 25세였다. 그리고 글자 해독과 대화에 활용되는 어휘 능력이 가장 활성화 하는 시기는 60-70대라고 한다. 다시 말해 뇌는 전체적으로는 노화하지만 나름 연령대에 맞게 발달하는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니엘 G 에이먼 박사가 쓴 ‘뇌는 늙지 않는다’는 책에 의하면 뇌는 늙지 않는데 기억력 감퇴나 치매가 오는 이유는 나쁜 습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영양가가 적은 패스트푸드를 즐긴다든지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음, 약물 오남용 등이 뇌를 퇴행시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뇌의 노화는 분명하지만 노력에 의해 그 속도를 얼마든지 늦출 수 있으며 나아가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병원 권준수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뇌 영역의 발달보다는 각 뇌 영역 사이의 네트워크가 지능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신경망의 발달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화된다. 17-48세 남녀 9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뇌 영역 사이의 원활한 신호 전달이 높은 인지 기능과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나이가 들면 뇌가 나빠지게 마련이라는 편견을 깨는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뇌는 늙어도 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히 좋은 소식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뇌는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뇌를 건강하게 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규칙적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또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마음의 평화와 꾸준한 학습, 충분한 수면 등이 뇌를 튼튼하게 하는 데 긴요한 요소들이다. 늙어서 머리가 나빠졌다는 말은 이제 핑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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