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으로 상처 입은 가족<소원>부터 붕괴된 터널 속 안일한 대응으로 공포와 두려움 속 떨어야 했던 평범한 소시민<터널>, 가습기 살균사건의 폐해<균>, 일제강점기 한센병과 위안부 역사<그날>까지…세상의 부조리와 이 시대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온 소설가 소재원.

그가 이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알고 보니 약자였던 아버지를 바라본다. 장편소설 <기억을 잇다>(네오픽션)에서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민낯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제3자였던 이전 주인공들과 달리 바로 옆에 있는 인물이기에 더 그럴 것이다.

남편이자 아버지, 가장인 이들의 무거운 짐과 외로운 삶은 <가시고기> <아버지> 같은 2000년대 소설들에서 다뤄졌고 열풍 아닌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뭘까. 우리가 또 다시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에는 두 세대와 같은 공간이라는 설정을 더한다. 치매 판정을 받은 아버지 서수철과 퇴직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공원을 서성이는 아들 서민수가 시간을 달리해 가족의 추억이 서린 전남 담양 대나무 숲을 찾고, 가족 그리고 아버지의 존재를 되새기는 내용이다.

치매, 명예퇴직 등 오늘날 아버지 세대의 어려움을 세대별로 보여주고 아들과 아버지로 머물렀던 한 공간 속 동행 아닌 동행을 통해 입장별 마음을 드러낸다. 지금껏 내 곁을 지켜준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너무도 당연한 메시지를 남다르게 전하는 글귀도 인상적이다.

익산 출생으로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원작소설 <나는 텐프로였다>로 데뷔, 8년 만에 10여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대부분이 영화화된 것도 특징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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