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교육의 역사를 담을 가칭 ‘교육박물관’ 설립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0곳은 이미 크고 작은 교육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와 전남은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북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교육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왜 전국적으로 높아 가는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른 지역 교육박물관 사례 등을 통해 알아본다.

  현재 전국에 있는 교육박물관은 서울교육박물관, 부산 교육사료보관소, 한밭교육박물관, 경기 교육역사기록물전시실, 강원교육사료관, 충북교육박물관, 경북교육자료관, 제주교육박물관, 인천교육사료보관소, 경남교육역사기록관 등이다. 규모나 예산, 운영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교육관련 유물(기록)을 수집해 보관 전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수집, 보관, 전시 기능을 뛰어 넘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박물관도 많다. 
  대전 ‘한밭교육박물관’은 지난 1992년 7월에 문을 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박물관이다. 역사도 오래됐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물관이다. 1년 총예산은 4억1,000만원 규모로 유물수집 관리비로 35%, 기관운영비 35%로 사용되며 교육 프로그램·연수 예산으로 30%가 사용된다. 박물관 전시실은 ▲고대~개화기 교육(전근대-개화기) ▲일제 강점기 교육 ▲교육과정의 변천 ▲조선시대의 교육기관 ▲옛 교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장 유물은 고서 및 교과서, 교구 및 생활자료, 교육관련 도서, 교육학습기록 등 모두 3만6,022점으로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직속기관으로 교육연구사 1명 등 2명이 학예연구사 1명이 전문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물관 건물은 1938년에 준공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로 현재 대전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50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 여러 광역 시·도가 교육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교육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역의 다양한 교육 유물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박물관이 많을수록 이용하는 사람들의 삶도 더욱 풍성해 질 것입니다.”
  한밭교육박물관 이시경 학예연구사는 교육박물관의 필요성과 함께 박물관의 활용에 대해서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한다.
  “멀리는 일제시대, 가까이는 60~70년대 근대 교육을 받았던 할아버지나 부모들이 ‘학교’라는 공간과 경험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습니다. 세대간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계기가 전시실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교육박물관의 활용도가 아주 높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전의 중등학교 100년사’등 다채로운 특별전을 마련하고 온라인으로 유물을 검색하고 복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한밭교육박물관에서는 소장 유물을 활용한 수업역량 강화 교원 직무연수, 자유학기제와 연동한 박물관 진로탐색 멘토스쿨,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박물관 진로 강좌 등 진로진학 탐색활동 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993년에 문을 연 서울교육박물관도 학예연구사가 학생대상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북촌을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운영중인 교육박물관의 성공적인 사례는 다른 광역단체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국비 29억 원을 포함한 97억 원의 예산을 세워 폐교에 교육박물관 설립을 추진중이다. 지난 2015년 3월 교육사료 수집계획을 세웠으며 2016년 5월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현재도 학예연구사가 이미 채용돼 근무하며 내년 5월 개관을 목표로 전시장 구성과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역사 유물의 수집에서부터 활용까지를 전담할 전문가(학예연구사)를 사업 초기부터 배치해 개관 후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교육사료 수집계획에 따라 현재까지 1만3,000여점의 자료수집을 마쳤다. 전남교육청도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교육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육청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교육박물관 설립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된 적은 없다. 교육 유물에 대한 도교육청의 공식적인 사업으로 지난 2015년 시작된 학교역사관 조성 사업이 있다. 개교한지 100년이 넘은 학교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학교의 업무 전반과 행정, 교육과정을 통해 생산된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분류·관리하고, 보존·전시하는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단위 학교에 국한된 사업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전북지역 전체적으로는 부분적인 유물 수집이나 교육 관련 유물을 보관할 임시 보관시설을 마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도교육청 과 차원에서 수집하고 보관하는 수준으로는 귀한 유물을 수집하기도 보관하기도 벅찬 만큼 전북교육청 차원에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단편적이거나 임시적인 조치를 뛰어 넘어 장기적인 유물 보존, 활용을 고민할 시점이다.
  교육박물관의 건립을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물의 상태는 나빠지고 수집하기도 힘들다. 각급학교, 단체, 교직원이 소장하고 있는 교육유물을 수집하는 한편 폐교로 인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관련 유물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소중한 전북교육 역사는 더욱 더 빨리 사라져 간다. 전북 교육의 가치와 역사가 담긴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물려줄지 전북교육청의 지혜를 구해본다.
  이와 관련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교육박물관 설립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으나 박물관 부지마련과 건축비, 유물수집 비용, 안정적인 운영비 확보 등 여러 부문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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